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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사차원 Jan 17. 2024

<고독한 4차원>

자신만의 세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힘.

4차원 지극히 주관적인 정의 :   

"상식이라 생각할 법한 것들을 벗어나, 자신만의 세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힘."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 서로 적어주는 롤링페이퍼, 싸이월드 문답에 꼭 빠지지 않는 내 키워드는 바로

“4차원”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런 게 왜 궁금해??"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어서 일까, 
모든 질문에 있어서 유일하게 할 수 없었던 대답은 ‘궁금한 걸 왜 궁금해하느냐’에 대한 질문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랑 게임을 하다가 문득 '지금 누군가도 우리를 조종하고 있다면? 우리가 그 속의 캐릭터들이라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게임 세상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꽤나 상상할 수 있을 법 하지만 친구에게는 여전히 황당하게 들리는 나의 세계를 열심히 설명하곤 했다.


결국 "봐봐! 나 지금!! 너를 보려고 고개를 이렇게 오른쪽으로 돌리는 거!!! 

방금 누가 컨트롤 키로 내 행동을 입력한 것일 수도 있어."


"갑자기 허공에다가 손을 흔들어 보자!!! 지금 손 흔드는 생각을 게임 속에서는 못 읽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 우리가 입력된 값이 있다면 흘러가는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게 반항해 보는 거야”


라며 허무맹랑할 수 있는 이야기와 행동을 하고서는 상상의 세계에는 정답이 없다며 친구를 설득시켰다.


그날 이후, '나의 세상을 누군가에게 조리 있게 전달하려면 어떻게 이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라는 생각에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은 물음으로 떠오르는 세계들을 정리를 해보고는 마침내 내린 결론을 들고

다음 날 친구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마치 우리가 조종당하는 것 같은 이 게임 같은 세상에서 사소한 행동을 일일이 신경 쓰기란 쉽지 않으니까 큰 결정들은 얘네가 하는 거야!! "


"예를 들면 우리가 오늘 만난다는 거!!
그럼 인연이라고 하는 말이 이런 말일까??? 넌 인연을 뭐라고 생각해?"

친구 : “그냥 네가 4차원이라고 생각해.. :) ”




떠오르는 상상들이 풍부한 건지, 

학교를 다니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허상이라는 질문들 또는 본질을 향한 세상의 질문이나 방향에 대해 물을 때면, 누구 하나 질문에 성의 있는 답변을 해주려고 노력하지 않고 얼버무렸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그저 소위 불리는 '4차원적인 생각이다 '라며 시도해보지도 않은 가능성들을 강제로 닫으려고 하는 어른들의 말들은 막 성장기를 지나고 있는 나를 굉장히 반항적으로 만들었다.


"틀렸어, 그 길은 힘드니까 이 길로 가. 
그냥 그 방법은 절대 안 돼.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명 상상 속의 시도는 성공했는데 왜 항상 안된다고 하는 걸까?’


'안된다고 하니까 내가 해봐야지. 두고 봐.'


오기가 생겨 대답은 꼭 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무조건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질문을 마구 쏟아내었다. 


그러자 내 질문에 우물쭈물하는 어른들을 보며 ‘아직 어른이 아닌 어른들도 많구나..'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고서는 지금 글을 적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그래서 나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픽- 웃고 있는 현재을 기록한다.


시간이 흘러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다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진정으로 존중할 수 있는 법을 연습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살아왔던 삶의 터전에서 벗어났을 때, 새로운 환경과 낯설고도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변수를 만나게 되었을때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틀림'과 '다름' 그 한 단어의 차이로 어렸을 때부터 품은 마음속 분노에서부터 시작된 오기 어린 모든 시도들이 결국에는 나의 삶이 되었다는 것과 당시에 겪은 억울함보다 현재 내가 얻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세상을 풍부하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나 자신에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도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은 어렸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럼 상상할 수 없다는 4차원 세계라는 것 자체가
3차원 적인 생각을 벗어나는 순간 상상 이루어지는 걸까?"

"어쩌면 우리가 잠을 자면서 꾸는 꿈들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4차원 공간일까?"


'아니면 이 생각도 이미 생각으로 나온 것들이니 3차원의 생각이려나..' 까지의 공백을 남기며

어른이 되어서도 증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는 가설을 세워보지만, 

그 터무니없는 가설 속을 탐험하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나의 무의식에는 

삶을 살아가는 데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내가 살고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을 탐구하고 유랑하는 길들은 어쩌면 끝나지 않는, 그리고 끝내고 싶지 않은 제일 큰 숙제이기에 오늘도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생각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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