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특전사
우여곡절 끝에 보험으로 넣어두었던 전문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인생이 끝나는 일이었다.
지나고 나니 인생에 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제법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대학교 시절은 어느 정도의 자유도가 주어서인지 나름 순탄한 생활을 보냈다.
수업을 듣는 대신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다른 학교의 여대생들과 단체 미팅도 하고 진정한 대학 생활을 만끽했다. 그렇게 즐거운 대학 생활을 만끽하던 중 불현듯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이름하여 군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가야 하는 그곳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는 섣부른 판단 끝에 자원입대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다.
때는 바야흐로 1학기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의 끝자락이었다. 가장 먼저 가는 덕분이었는지 친구들은 화끈한 군주를 선사해 줬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술을 먹고 정신을 완전히 잃은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그 한 번이 바로 이때이다. 필름이 끊기는 화끈한 군주라는 경험을 뒤로한 채 논산행 훈련소로 향했다. 이 논산 훈련소에서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갈 곳을 배정받는다. 훈련소에서는 여러 가지 제식훈련과 총검술, 행군 등의 훈련을 받는데 체력장 테스트도 포함된다. 그 당시 훈련병들 안에서 돌던 소문이 있었는데 체력장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포상 휴가를 보내준다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그저 훈련병들의 희망이었다. 여느 훈련병과 마찬가지로 포상 휴가라는 희망에 들떠 있던 나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체력장 테스트에 임했다. 다행히 체대를 준비했던 시절의 후인지라 체력장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포상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설렘에 들떠서 잠도 설칠 정도였다. 그러나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그 설렘은 후회와 혼란으로 다가왔다. 포상 휴가를 보내준다던 소문은 풍문에 지나지 않았고 체력장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사람을 차출해서 보내는 곳은 다름 아닌 특전사였다. 그렇게 원하지도 않았던 특전사에 끌려간 것이다.
특전사에 가기 전 거치는 곳이 한 군데 있다. 특전 교육단이라는 곳에서 공수 훈련을 받는다.
3주 동안 진행되는 이 훈련은 한마디로 하면 낙하산을 타기 위한 훈련이다.
1주 차는 체력 강화 훈련, 2주 차는 지상훈련, 3주 차는 강하 훈련으로 이어지는데 체력에 웬만큼 자신이 있었던 나였지만 쉽지 않은 훈련들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훈련받으러 이동할 때나 밥을 먹으러 갈 때나 무조건 뛰어다녀야 한다는 점이었다. 소화가 안 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무릎에 과부하가 걸렸다. 결국, 이 과부하는 피로 골절로 이어졌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오래 달리기를 하면 무릎이 아프다. 공수 훈련의 백미는 낙하산을 타기 전 모형탑이라 불리는 곳에서 하는 훈련이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m의 모형탑에서 떨어지는 강하 훈련인데 고소 공포증이 있던 나에게는 정말 아름다운 훈련이었다. 모형탑에 올라가면 처음에 교관들이 욕설을 해대며 발로 차서 밀어서 떨어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의지로 뛰어내려야만 통과할 수 있다. 이 훈련을 받은 다음 4번의 낙하산을 타야만 공수훈련이 끝이 난다. 태어나 처음 타보는 낙하산은 공포 그 자체였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좋아했지만 이 경험만은 피하고 싶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피할 수 없는 경험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극한 상황이 닥치면 다 하게 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녔다. 온몸이 쑤시고 피로 골절이 걸리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무사히 3주간의 공수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나니 평생을 함께해 왔던 고소 공포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자대에 배치되고 나서는 분기에 한 번씩 낙하산을 타야 했다.
일 년에 총 4번을 타는데 공수 훈련을 받았을 때 4번을 포함하면 제대까지 총 12번의 낙하산을 타는 꼴이다. 자대에서 타는 낙하산은 한번 탈 때마다 10만 원가량의 생명 수당이 나왔다. 당시 이등병의 월급이 1만 원 남짓 정도였으니 제법 많은 돈의 수당이었다. 그런데도 낙하산을 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공수 훈련 중에는 헬기와 열기구를 번갈아 타면서 강하 훈련을 한다. 하지만 자대에서는 헬기를 띄우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항상 열기구를 사용해서 낙하했다. 헬기와 열기구에는 비용의 차이뿐 아니라 낙하산을 타야 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차이가 있다. 헬기의 경우는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 때문에 낙하 시에 밑으로 떨어지는 느낌보다는 뒤로 빨려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열기구의 경우에는 기구가 정지된 상태에서 뛰어내리기 때문에 밑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온몸에 그대로 받게 된다. 열기구는 300m 상공에서 뛰어내리는데 낙하산이 펴지기 전까지 4초간 약 60미터가량을 자유 낙하한다. 그 기분을 표현하자면 내장기관이 위로 쏠리는 느낌이 난다. 떨어지는 4초간 눈을 감고 지구상의 온갖 욕설을 퍼붓다 보면 주위가 고요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바로 낙하산이 펴진 순간이다. 이때부터는 낙하산을 잘 조정해서 지상으로 내려가면 되는데 진정한 위기는 착지 순간에 온다. 착지 시에는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충격이 온다. 3주간의 공수 훈련의 핵심 내용도 이 착지 훈련이라고 볼 수 있다. 착지 시 시선의 위치 또한 중요한 부분인데 먼 곳의 아래를 보지 않고 고개를 내려서 바로 밑의 아래를 보게 되면 땅이 위로 솟구치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되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온전한 타의로 생명 수당까지 받아가며 뛰어내린 낙하산 훈련
다행히 제대하는 날까지 큰 부상 없이 12번의 횟수를 채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