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면만 봐주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그 곳에
"다들, 여전하네."
오랜만에 독서모임 사람들을 만난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대도, 성향도 다르다. 지인이랄까?
하지만 문학을 주제로 떠들던 이들이 각자 자신의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다,
우연한 계기로 몇 년만에 예전 모임에서 다시 뭉쳤다.
새로운 이들이 우리의 자리를 차지하고,
미숙했던 얼굴들에 자연스러움이 그득해도
무엇인가 다 여전했다.
사회초년생이지만 어른스럽고 배려심 깊은 주최자도 여전했고
사고뭉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친구,
막내지만 가장 생각이 깊고 문학을 잘 쓰는 친구 등 캐릭터도 변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내 생각을 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데
반응이 예상되었고 그런 반응을 확인하며 안도감이 들었다.
나는 그래도 조금 늙고 변한 것 같은데,
이 곳은 이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다.
어린 친구들에게 포근함을 느끼는 건 꽤나 상경한 기분이었다.
잠시 멀어졌던 2년여의 시간.
매일 주고 받는 카카오톡 안부가 함께 했지만,
인스타에서 주고 받는 사진은 여전했지만,
나의 생각도 영글었는지 도드라지는 독서 모임에서의 대화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기에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내가 하는 이 이야기가 그때보다 깊어졌을까,
무의식적으로 든 생각이 그때 대비 부정적이진 않을까,
나의 선택과 상황이 얼룩처럼 대화에 묻어나진 않을까.
내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 예전에 나와 비교해보고
지금의 나를 되돌아 본 적은 언제였을까.
어쩌면 마냥 가깝지 않은 이들의 바라보는 시선에
말의 매무새를 다잡고 시간을 회고할 수 있었다.
짧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혼자 일어서려고 했다.
너무나도 반갑고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시간을 넘겨주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에게도 민폐일지 모르고, 더 어린 친구들끼리 있는 자리가 편하리라 믿는다.
일어난다는 인사에 아무도 말리지 않아 서운할 법도 했지만,
당연한 것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길을 나선다.
집까지 걸어가는 길은 2025년인지 2023년인지 조금 헷갈리는 날이었다.
그래도 발걸음이 따뜻했던 것은 꼭 봄이 와서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