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솜 Dec 02. 2023

사라진 가치

시창작 연습 기말과제 

미국엔 왜 갔어요 단순하고 무해한 물음

주책맞게 왈칵 쏟아진 울음


유난히 반짝였던 2015년

원하는 건 다 되던 2015년 

세상이 그저 쉽던 그해 


열일곱 시간 날아온 라스베이거스

영주권 있고, 의사소통 문제없고

정착금 두둑한데 뭐가 문제겠는가


가볍게 여긴 미국행은 

머지않아 나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반년 지나 바닥을 드러낸 통장 

번번이 까이는 퇴짜 부부

빈종이 쪼가리 석사 부부 


나가 자빠질 텐가

뭐라도 해야지 뭐라도


발연점까지 끓어오른 기름은 

사방으로 흩어져 

양팔에 검버섯으로 남았다 


손가락 마디마디 칼질이 만든 굳은살

펜보다 칼이 익숙해진 팔 년

꿈틀대며 살아낸 시간


옷과 쌀과 누일 공간으로 맞바꾼 노동 값

사라진 가치 


사라진 게 아니었다

눈을 감았을 뿐, 보지 않았을 뿐



매거진의 이전글 까막눈 성자씨 수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