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쯤 처음으로 소설을 완성했다. 원고를 털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헛구역질과 마른 눈물이 흘렀다. 돌이켜보니, 페이스북에서 봤던 지인의 아픈 글귀 하나로 그 소설은 시작됐다. "죽고 나서야 품에 안아본 아이." 조산한 아이를 묻고 돌아와 덤덤히 올린 글이었다. 쉰이 다되어가는 나이 많은 아빠가 첫 아이를 보내며 쓴 인사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렇게 그 아픈 씨앗은 내게로 와 소설이 되었다.
소설에 'ㅅ'도 몰랐던 나는 그저 썼다. 소설 구성을 어떻게 하는지,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썼다. 아무리 기를 써도 10주간의 수업에서 A4 세 장을 넘기지 못했던 나의 첫 엽편, 소설 창작 수업을 들으면서 한 학기 동안 고작 6페이지를 보탰다. 거의 일 년간 묵혀뒀던 그 씨앗이 이번에 중편으로 마무리됐다. 아직 수정하고, 보충해야 할 것도 많지만, 마감에 맞춰 한 작품을 완성해 보니, 왜 교수님들이 목놓아 제발 작품을 완결 지어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았다면, 저 아픈 맘이 내게 와서 싹을 틔울 수 있었을까? 살아가는 동안 무심코 흘려보내던 일을 곱씹고 곱씹어 내 것으로 만드는 염두를 냈을까? 부팅에만 몇 분이 걸리는 20년 된 노트북을 끼고 결린 어깨를 마사지건으로 토닥이며, 하루에 12시간씩 쓰고 또 쓰며 보냈던 2주. 혹여라도 이 오래된 노트북이 공들여 쓴 원고를 삼키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젠 낡고 낡아 잘 돌아가지 않는 노트북. 버릴 법도 한데 병들고 느려진 나 같아서 버리지 못하고 있다. 20년간 켜켜이 쌓아놓은 추억이 또 하나의 씨앗이 되어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