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프로덕트 = 제품 / 프로듀서 프로덕트 = 영상
어릴 때부터 나는 내 감정이나 생각들을 직접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고 있는 음악이나, 영화를 소개하면서 그 사람이 내 감정과 생각들을 캐치해 주길 바랐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크기를 전달하고 싶을 때 이러한 방법을 이용했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다 같이 본 다큐멘터리를 통해 아이디어를 합치고 생각을 공유하는데,
이게 단순히 어떤 콘텐츠를 보고 리뷰하는 방식과는 엄연히 다르다. 단순히 각자의 감상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교집합을 찾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 각자 시청 후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에 함께 본다큐멘터리 "디터 람스"는 독일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가 어떠한 생각을 갖고 디자인을 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디자이너가 세상에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less but better"
"최소한이지만 더 나은"
디터람스를 이미 알고 있거나 다큐를 본사람들이라면 첫 번째로 떠올릴 문장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20대나 아니면 그 보다 더 어릴 때 들었다면 곧바로 무슨 개소리야?라는 생각을 먼저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릴 때 나는 세상 모든 것들을 넘치게 갖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더 더 더 많이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a better life의 기준은 more and more이었고 다른 사람들 역시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던 것 같다
화려한 디자인이 나를 더 빛나게 해 주고, 넘치는 정보가 나를 더 유식하게 만들어주며,
다채로운 수식어가 문장을 이쁘게 꾸며주고,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하지만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난 뒤, 내용을 정리하고 편집하다 보면 이런이런 질문들을 더 했으면 좋았을 텐데 보다는 이런이런 질문들은 필요가 없었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았았는데, 이상하게도 질문의 개수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인터뷰어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인터뷰어의 이야기가 돼 간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디터람스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어떤 것이 더 훌륭하고 더 아름다운 디자인인가 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디자이너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기준을 만들어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같았다.
어쩌면 디터람스의 less but better라는 철학이 사람의 본질을 담아야 하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철학이 아닐까?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열정을 대단히 너무나 믿는다.
근데 정말 웃기게도 내가 10년 가까이했던 음악을 그만두고 난 뒤, 그 열정을 더욱 믿게 되었고 그래서
난 사람들의 열정이 얼마나 무모하고 대단한지에 대한 감동과 여운이 담긴 다큐를 만들고 싶다.
좋은 다큐멘터리의 10가지 기준을 만들어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