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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기의숨 Jun 27. 2023

뮤지엄 SAN 전시 "안도 타다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은 과학

museum SAN

나는 건축에 대해서 1도 모르는 사람이다.

대학교를 기계공학전공으로 입학해서 공학 관련 교양으로 건축과 관련된 수업을 몇 개 듣기도 했지만

사실 기억나는 건 없다.


내가 입학할 당시 우리 과 이름은 기계공학시스템디자인이었는데, "공학과이지만 디자인과 관련된 것을 배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지원했다.

입학 후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계과, 기계공학과라는 이름이 너무나 남초적인 이미지라 여학생들을 많이 받기 위한 방법으로 과 이름 안에 '디자인'을 넣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시 40여 명의 동기 중에 여학생은 고작 5명뿐이었다 ㅎㅎㅎ


그 이후에 공학관련된 분야에 붙어있는 디자인이라는 이름은 미학적인 관점의 디자인보다는 기술적인 관점의

디자인이라고 이해하고 있었고, 당연히 건축 디자이너에 대한 생각 역시 동일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났고, 나는 뮤직비디오 제작을 위해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특이한 로케이션을 찾기 위해서 유튜브와 네이버지도를 매일같이 뒤져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디지트 TV라는 채널을 유튜브에서 알게 되었고, 그때 본 콘텐츠가 좋은 공간을 신효근 님과 함께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youtube 채널 디지트TV, 신효근님의 instagram 계정


신효근 님이 소개해주는 건축물들의 사진을 보면서 이쁜 건축물이 이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검색을 통해 국내와 해외에 이쁜 건물들을 열심히 찾아보다가 "빛의 교회, 이바라기가스오카 교회"를 보게 됐고 그때 안도 타다오라는 사람도 처음 알게 되었다.


당연히 뮤지엄 산에서의 안도 타다오 전시는 너무나 즐거웠다.

건축 디자인에 대해서 1도 모르는 내가 봐도 참 특이히고 기발했다. 붓다의 얼굴을 가려버린다던가, 건물 안에 커다란 달걀을 넣는다던가, 가정집인데도 침실을 가기 위해선 꼭 2층 야외 테라스를 통해야 한다던가,

굉장히 불편하고 비합리적이며 효율성과는 굉장히 먼 결과물들이 많았다.


나는 제작을 하는 사람이다.

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용해야 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편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합리적인 결정으로 처음에 계획했던 결과물을 완성해내야 한다.


최근에 고민하게 된 일과 예술에 대한 고민이 안도 타다오 전시를 보며 어느정도 정리가 됐는데,

예술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며 매우 불편하고 합리적이지 못함을 넘어서 때론 이해될 수 없는 것,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것.


그리고 다시 궁금해졌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글을 쓰거나,

나 혼자서 완성하는 예술은 비효율적이고 불편하고 합리적이지 못해도 상관없다. 나만 괜찮으면 되니까.

하지만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불편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그럼 그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시켜야 하는 거지?


왜 레퍼런스도 없는 위험한 작품을 만드냐는 투자자와 클라이언트

이 예산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는 PD와 소장

이런 현장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팀원들


안도 타다오 역시 수많은 반대와 안된다 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을 모두 설득시키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을 것이다.


"내 작품이 불편하고 비합리적이며 효율적이지 못하다면, 이 점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냐?"가  

사실 예술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소양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The Hill of the Budd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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