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가 외국어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연구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는 시기가 존재하고, 그 시기를 넘으면 외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유창하게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시기가 사춘기에 끝난다는 언어 습득 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은 흔히 결정적 시기 가설(Critical Period Hypothesis)라고 불리웁니다. 물론 성인기 이후에 처음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음에도 모국어 수준으로 그 언어를 구사하는 사례가 희귀하게나마 존재하긴 하지만 결정적 시기 가설은 많은 언어학자, 심리학자들이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 운스워스 교수는 외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시기가 결정적 시기인 사춘기 이전이라면 언어 습득에 차이가 없는 것인지, 또는 처음 배운 시작 시점이 이르면 이를수록 언어 습득에 좋은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이에 영어를 모국어로 하며, 외국어로 네덜란드어를 배운 유아들을 대상으로 네덜란드어 능력 시험을 하였습니다. 시험에서는 크게 형태통사(morphosyntax), 어휘(vocabulary), 통사의미(syntax-semantics) 능력을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형태통사란, 특정 단어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규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명사를 복수형으로 표현할 때 뒤에 ‘s’가 붙지만, 때에 따라 ‘es’가 붙을 수도 있다는 규칙이 형태통사에 해당합니다. 어휘는 말 그대로 아이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알고 있는지를 확인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통사의미는 문장 내 단어들의 배열에 따른 의미 변화 여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 James loves Marry.(제임스는 메리를 사랑해)와 Marry loves James.(메리는 제임스를 사랑해)는 모두 James, loves, Marry라는 공통된 어휘들로 이루어져있지만, 문장에서 첫번째 위치와 세번째 위치에 어떤 단어가 오는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바뀌어버립니다. 통사적인 변화가 의미적인 변화를 만들 수도, 만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아이들이 잘 파악하는지 확인한 것입니다.
실험 대상은 외국어인 네덜란드어를 1-3세에 시작한 집단과 4-7세에 시작한 집단으로 나누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 간 괄목할 만한 차이는 없었으나, 통사의미 즉, 문장 내 단어 배열이 초래하는 의미적인 변화에 대해 더 잘 인지하는 집단은 외국어를 더 일찍 배운 1-3세에 시작한 집단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언어 습득에서의 결정적 시기인 사춘기 이전에 외국어를 배운다면 해당 외국어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나, 실험 결과 외국어를 일찍 시작할수록 해당 언어의 통사적 구조를 잘 습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습득 시작 나이도 중요하지만, 연구자들은 나이보다는 해당 언어에 노출되는 양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논문을 끝맺고 있습니다.
출처
UNSWORTH, S. (2016). Early child L2 acquisition: Age or input effects? Neither, or both? Journal of Child Language, 43(3), 608-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