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성 성격장애 부모님을 향한 눈물의 고백
이 글의 제목은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이다.
늘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에게
무조건적인 순종을 해왔던 나로서는
부모님을 미워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의문 그 자체만으로도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대해 공부하면서
나르시시스트 부모 아래 자란 자녀가
어떻게 성장하게 되는지 깨달았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엄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또 충격적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보다 아빠가 더 심한 자기애성 성격장애라는 것을.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공부에 집착하고
성공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는지
부모님의 언어와 행동들이
하나하나 다시 떠오르며
알 수 없는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
정신이 건강한 부모님 아래 성장하고 싶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으면
이런 생각까지 했나 싶다.
집안에만 있으면 우울증이 더 심해질 것 같아서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겨두고
혼자 밤 개천을 걸었다.
음악을 들으며 하염없이 울었다.
그리고 다시 집에 들어올 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이들 앞에서 모드전환을 하고 웃었다.
지금은 글을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아이들 자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노트북을 켰다.
오늘은 표현하고 싶다.
그동안 내 감정을 표현할 때면
늘 혼이 났기 때문에
죄책감에 사로잡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꼭꼭 숨겨놓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
충분히 내가 건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엄마, 왜 날 그 어두운 곳에 가두었어요?
그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세요?
그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 지르며 공포를 온몸으로 느껴야만 했는데
엄마는 그저 문 밖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죠.
왜 내가 어른들의 감정적인 다툼 사이에서
그 모든 우울함과 화나는 감정들을
혼자 다 받아내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엄마 아빠는 저에게 늘 그랬죠.
내가 있어서
내가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잘해줘서
마음이 편해지고 관계가 좋아진다고.
그런데 말이죠.
그때 전 어땠는지 알아요?
두 분의 갈등과 긴장 속에서
늘 웃어야만 했고
늘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했고
늘 두 분의 감정을 동시에 챙겨야만 했기에
정작 제 감정은 숨기기에 바빴어요.
좋은 성적을 받아와도
늘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겠지? 라며
끝도 없이 벼랑 끝으로 저를 내몰았죠.
그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서도
저는 아닌 척 가면을 써야만 했죠.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으니까
내가 부모님의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야만
내 존재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으니까
왜 나는 늘 조건적인 사랑만 받아야 하죠?
왜 제가 당신의 자랑거리가 돼야만 하죠?
왜 나는 당신의 기쁨이 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야 하죠?
너무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나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부모님 두 분이
너무나 미워요.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감정조차
입밖에도 꺼내면 안 된다고 가르치셨죠.
늘 나는 착한 아이 어야만 했으니까요.
그래서 안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이라도 말하고 싶어요.
더 이상 제 자신을 외롭게 홀로 두지 않을래요.
충분히 당신을 미워한다고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에 목이 말라죽을 것만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지금 흐르는 눈물이
끝도 없이 마르지 않을 것만 같아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당신이 보지 않는 공간에
고백할 수 있는 한줄기 용기가 생겨서
나 자신에게 자랑스럽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어요. "
오늘도 이렇게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을 쓰며
이 글을 만나게 될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