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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끄고릴라 Mar 05. 2023

노예로 살고 싶지 않지만,
왜 노예가 편한 걸까?

내게 주어진 '자유'를 거부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자유'가 눈앞에 있음에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한마디로 '노예'.

무언가에 얽매이고 갇힌 삶.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굳게 닫힌 감옥 속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삶이

동굴 속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

웅크려 앉아 우울해하고 있는

바로 내 모습이 아닐까?



자존감을 마구 짚 밟힌 나머지

자신감도 없고 

자신에 대한 확신도 없을뿐더러

자신을 사랑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내 이름은

'부끄 고릴라'이다.

부끄러워서 숨고 싶고

어두운 나의 내면을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서

가면을 썼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나이 마흔이 되어

상처투성이 내 모습을 직면해야 하는

시간 속에서 

어떤 날은 이유도 없이 우울해지고

어떤 날은 이유를 너무 알 것 같지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우울해진다.



상담을 받으면서

많이 회복되어 가는 중이지만

40년을 그렇게 살아온 내가

한순간에 바뀌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자꾸만 무언가를 해야만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는 것이

힘들다.


자꾸만 무슨 일이 터져야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을

느껴야 행복하다 느끼던 습관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금이 힘들다.



내면의 자유가 주어졌음에도

여전히 자유를 인정하지 못하고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자유'라는

녀석을 거부하려 한다.


지금까지 앞만 보며 달려왔잖아.

지금의 시간은 너에게 선물과 같은

휴식 시간이잖아.

마음껏 누려도 좋아.



그런데...

항상 문제 속에 살아온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존재감을 느꼈던 나는

평온한 지금이 싫다.

부담스럽고 지루하다.


일 중독, 관계 중독 맞다.

또 하이에나처럼 

일을 벌이려 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걸 보면...



참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고

익어가고 싶은데

그 성숙과 성장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통증이 있다.


발전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성장통...

이를 극복하면

더욱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겠지.


그래.

마음껏 헤매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마흔에 사춘기를 오지게 겪는 중이라

좀 많이 아프지만...

정신 바짝 붙들어 매고 

이 긴 터널을 터벅터벅 걸어 나가보자.


혹독한 겨울을 다 보내고

온 힘을 다해 잎새보다 꽃을 먼저 피운 너.

참 수고 많았다. 


이제 너의 빛을 발할 '봄'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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