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소통법
인간관계에서 소통은 중요한 문제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성취를 가졌다 하더라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주변과 갈등이 생기고 결국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 천금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적절한 말과 진심은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끊임없이 일깨워 준다. 이 글에서는 《논어》에 나오는 소통에 관한 구절과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자는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성(誠)’, 즉 진정성을 꼽았다.
그리고《논어》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信而後勞其民." (신이후로 기민)
"백성을 믿게 한 후에야 그들에게 일하게 할 수 있다."
공자는 지도자와 백성 간의 관계에서 신뢰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아무리 올바른 말을 하더라도 상대가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고마워' '미안해' 나도 종종 하고 듣기도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에 진심은 얼마나 들어있을까? 사실 어떨 때에는 상대에게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들어도 의심이 드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그 말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거나 상대가 그 말을 평소에도 남발해서 인 것 같다.
왜 이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연인이 싸우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안해" 이 말을 들은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에게 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한다. "뭐가 미안한데!"
아마 나를 비롯해서 많은 여자분들은 이런 일을 겪어봤을 것이고, 또 공감도 할 것이다. 남자친구는 도대체 뭐가 미안했고, 여자친구는 왜 미안하다는 말에 화가 풀리지 않았을까? 아마도 진심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진정성은 단순히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성 있는 말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공감하며, 신뢰를 쌓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늘날 직장, 가정, 친구 관계에서의 갈등 중 많은 부분은 ‘내 말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공자가 말한 ‘진정성’은 바로 이러한 소통의 뿌리를 다지는 출발점이 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진심'을 담아 말을 하는 지혜를 갖춰야겠다.
공자는 말을 하는 데 있어 시(時), 즉 적절한 때를 강조했다.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
여기서 공자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을 소통의 핵심으로 꼽았다. 때로는 침묵이 말보다 나은 경우가 있다. 누군가 화가 났을 때 즉각적으로 반박하기보다는, 그가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논어》에서 강조하는 ‘적절한 때를 아는 지혜’는 현대인의 소통에서도 빛을 발한다.
친구가 힘든 일을 겪고 좌절에 빠져 울고 있을 때, 옆에서 무슨 말을 한 듯 귀에 들어올까? 나의 경험을 비추어보더라도 주변에서 해 주었던 그 좋은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위로를 해 주는 말도 있었고 또 나의 과오를 들추는 뼈 때리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진정되지 않으니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래서 말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고 말한 것 같다.
시기적절하지 않은 말은 상대에게 무겁게 다가갈 수 있다. 이럴 때는 한 마디의 말을 더하는 것보다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공자는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말하라고 가르쳤다.
"巧言令色, 鮮矣仁." (교언영색, 선의인)
"꾸민 말과 아첨하는 얼굴에는 인(仁)이 드물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기 PR과 과장된 표현이 성공의 도구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논어》에서는 말이 화려하거나 과장될수록 진정성을 잃게 되고, 이는 결국 소통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말을 말로 과장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텅 빈 커다란 상자를 화려한 포장지로 감싼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명절 때 뉴스기사로 종종 듣는 단어도 있지 않은가? 바로 '과대포장'말이다. 명절 선물도 상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주는 것인데, 물건의 가치에 맞지 않게 과한 포장한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 말도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바로 '겸손'을 갖추는 것이다. 겸손한 언어는 단순히 상대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어머~ 그럴 줄 알았어요. 역시 대단하세요." 이런 식의 상대가 듣기 좋아할 만한 말,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하는 말에는 '겸손'이 없다. 상대를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겸손한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말한 과대포장을 한 말이다.
대화를 하면서 말을 아끼거나 겸손한 표현을 들으면 우리는 상대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말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줌으로써, 갈등의 여지를 줄이고 더욱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논어》에서는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소통의 중요성도 이야기한다. 실제로 공자는 제자들과의 대화에서 상대의 표정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시기소이, 관기소유, 찰기소안)
"그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피며, 무엇을 편안히 여기는지 살펴라."
공자는 단순히 상대의 말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떤 마음 상태인지를 깊이 관찰했다. 현대적 소통에서도 상대방의 말뿐 아니라 표정, 몸짓, 목소리 톤 등 비언어적 단서를 읽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친구가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표정이 어두운 경우,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실제로 그가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논어》에서 공자는 소통이 사람의 인격을 반영한다고 보았다.
"君子言乎其行, 小人行乎其言." (군자언호기행, 소인행호기언)
"군자는 자신의 행실을 말로 표현하고, 소인은 말로만 행하려 한다."
공자의 이 말은 단순히 화려한 언어 기술을 넘어서 소통이란 결국 '행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신뢰와 존경은 말로만 쌓아 올릴 수 없다. 언행일치.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과연 나는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말을 하는가? 부족함이 느껴져 반성하게 된다. 말만 번지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따라야 하는데, 이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이래서 언행일치의 삶을 지향하는 군자를 인격이 갖춘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말로만 행하려 하는 소인은 신뢰를 잃게 된다. 이렇게《논어》에서는 소통이 단순한 대화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공자가 강조한 소통의 원칙들은 수천 년 전의 지혜이지만, 오늘날에도 필요하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겸손한 언어로 소통하며,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한다면 인간관계에서 더 큰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그중 얼마나 '말 다운 말'을 하고 있을까? 《논어》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준다. 결국, 말 한마디가 천금을 갚을 수 있는 힘은 그 말에 담긴 진정성과 공감에서 나온다.
이제 일상에서도 《논어》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소통의 새로운 길을 열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