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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Jun 24. 2024

행동은 찬찬히..., 음식은 천천히...

진정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냉면 먹다가 죽을 뻔했다.

  한여름이다. 여름철 최고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냉면이 아닐까? 별미 중 하나다. 냉면 애호가들이 '여름사냥'을 위해 냉면집을 탐방하고 있음이다. 무더위를 식혀 주기도 하고, 먹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냉면을 한동안 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냉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트라우마'가 있었다. 어찌 보면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밤송이 같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간다. 생각해보면 아스라이 희미한 세월이다. 그야말로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었을 40년 하고도 우수리가 남는 긴 세월이 흘렀다. 당시 배경은 이러했다. 어려웠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대구 달성공원에 놀러 가게 되었다. 아마도 그 당시 달성공원은 지금의 에버랜드에 버금가는 대표적 테마 파크가 아닐 까 싶다. 인근 지역에서는 최고의 놀이터이자 추억의 공간이었다. 


  지금은 도로와 이동 수단의 발달로 빠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반추해보면 그 때는 정말 가기도 힘들고 먼 거리였다. 고향집 의성에서 대구까지 가려면 큰 맘을 먹어야 했다. 집에서 버스가 다니는 신작로까지 가려면 마을 앞을 흐르는 남대천을 건너야 했다. 버스는 하루에 대여섯 대 띄엄띄엄 운행하였다. 늘 뿌연 먼지를 달고 달려오곤 했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하차지를 안내하고 요금을 징수하던 안내양이 있었다. 시대적 변곡점에서 억척스럽게 일했던 누님들이 생각이 난다.


  친구들과 달성공원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주변 음식점에 들어갔다. 냉면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머리털나고 그 때까지 냉면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국수처럼 후루룩후루룩 먹으면 되는 줄 았았다. 허기진 상태이기도 했지만 가위로 자르지도 않았다. 처음 먹어 본 냉면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도 못했다. 연거푸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 갔다. 


  아뿔사! 그런데 순간 낭패감이 몰려왔다. 질긴 냉면이 그만 목구멍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긴급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삼키려 해도 도저히 넘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식당 밖으로 뛰쳐나가 억지로 토했다. 


  주로 서울에서 30여년 넘는 공직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한동안 한여름에도 냉면은 기피 음식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사무실 근처 음식점으로 달려갔다. 직원들은 한결같이 비냉, 물냉을 자랑스럽게 주문했다. 언제나 된장찌개를 시켜 먹었다. 오랫동안 거리를 두었지만 이제는 천천히 잘 먹고 있다.


잘먹고 잘사는 습관

  '물을 마시다 체하면 약도 없다'는 말이 있다. 잘 아시다시피, 주로 건국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한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었다. 우물가에서 물긷는 처녀에게 물을 청하자 표주박에 버들잎을 띄워 나그네에게 주었다. 처녀가 나무잎을 띄운 이유는 '급히 마시다 체하지 말라'는 지혜로운 뜻이 담겨 있다. 


  그 다음은 '뜨거운 감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뜨거운 감자를 먹어본 경험이 있으리라. 바로 삶은 감자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을 때이다. 겉이 식어 있어서 마음 놓고 한 입 가득 베어 문 순간, 엄청나게 뜨거운 열이 입 안에 확 퍼진다. 먹으려니 입 안은 물론이고 목구멍까지 델 것 같아 그럴 수 없고, 뱉자니 분위기도 있고 해서 곤란한 상황이다. 신문 기사에도 종종 정치 · 경제적으로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뜨거운 감자’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고프던 시절의 모두의 바람은 배부르게 먹는 것이리라. 이제 음식도 먹는 지혜가 필요한 너무 좋은 시절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잘 먹는 것이 많이 먹는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절제하는 음식 문화가 참으로 중요하다. 모든 일의 기본은 음식 절제라고 한다.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배불리 먹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생활습관, 식습관이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잘 먹고 잘 살지만 불행하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체로 체격은 커졌는데 체력은 오히려 허약한 체질이 많다고 한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길렀으면 좋겠다. 더 가질수록 더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더 불행하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마음이 가난할수록 물질을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마음이 충만할수록 물질에 대한 욕심이 줄어드는 것이다. 스스로 가난한 삶이 정답이라 생각한다. 소박한 생활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최고의 방법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자발적 가난은 돈을 아끼고 빚을 줄이고 환경도 깨끗해지니 일석삼조의 효과거둔다.

  

강은 알고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는 도착하리라는 것을...

  

  '찬찬히'의 자세한 의미는 '성질이나 솜씨, 행동따위가 꼼꼼하고 자상하게'이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개개인의 생활습관에서도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가급적 행동을 '찬찬히'하자. 곁을 살펴보고 주변을 돌아보자. 생활속 작은 습관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어쩌면 ‘조급함’을 참지 못해 일어나는 일들이 많다. 우리 민족적 기질이 ‘빨리 빨리’의식이 강하다. 그로 인하여 여러 분야에서 급속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중에 승리하는 모양은 ‘조급함’이 아니라 ‘느긋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천히'는 '동작이나 태도가 급하지 아니하고 느리게'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한숟갈 한숟갈 뜨다보면 결국 밥 한그릇을 다 비우듯이,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면 언젠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않을까?

  음식을 천천히 먹으면 좋은 이유는 참으로 많다. 먼저 포만감을 느껴 적은 양을 먹게 된다. 그리고 장에 무리를 주지 않으며, 암 예방 효과도 있다. 침에는 다양한 성분이 있어 건강에도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바쁘다는 것은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을 쓸 줄 모르기 때문이리라. 아침에 책을 읽고 아침식사를 하면 참 좋겠다. 그런 시간을 가진다 해도 어쩌면 세상은 우리를 기다려 줄지도 모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서두른다고 안되는 일이 더 진척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일 거다. 오히려 서두르다가 일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너무 급히 나아가면 물러나는 것도 빠른 법이다. 차분히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제일이다. 속도의 끝에는 머무름이 있다. 완벽함의 끝에는 남음이 있으리라. 머묾과 비움은 다름 아닌 천천함에서 온다. 지극히 소소하지만 훈훈한 인정을 나누고 싶다. 작은 것에도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자. 속도를 줄이자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생 2막이다. 여유를 찾자.  


  '행동은 찬찬히..., 음식은 천천히...' 


#공감 에세이 #찬찬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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