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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ability Scientist Oct 27. 2024

상상력을 자극하는 코펜하겐의 음식 경험

알케미스트, 그로스피세리, 라 반치나

코펜하겐에서 특별한 식사 경험을 원한다면, 다음 세 곳을 주목해 볼 만합니다. 이 레스토랑들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감각을 자극하고, 미식과 예술, 자연을 하나로 연결하는 다이닝을 제공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한 곳에서는 마치 극장 무대에 오른 듯한 미식과 예술의 융합을 경험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도심 속 농장에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요리를 자연 속에서 즐기며, 마지막으로 바닷가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풍미 가득한 해산물을 맛봅니다. 이들은 단순한 요리가 아닌, 시간을 잊게 하고 기억에 남을 미식 여행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알케미스트, 그로 스피세리, 라 반치나는 코펜하겐에서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다이닝을 찾는 이들에게 완벽한 장소입니다.


알케미스트 | Frame Publishers


| 알케미스트(Alchemist)

미식과 함께하는 예술, 과학, 환경에 대한 총체적인 경험


레프샬뢰엔(Refshaleøen)의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알케미스트(Alchemist)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거대한 청동 문 뒤에는 셰프 라스무스 뭉크(Rasmus Munk)가 구성한 미식과 예술, 과학, 행동주의가 결합된 독특한 미식 경험이 펼칩니다. 뭉크의 목표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음식에서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 아이디어의 시작은 뭉크가 윌란(Jutland)에서 셰프로 일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의 요리 경력은 처음에는 전통적인 길을 따랐으나,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을 계기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통해 전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2015년 알케미스트 레스토랑을 열게 됩니다. 


뭉크는 폐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먹을 수 있는 재떨이' 요리와 같은 독창적인 요리들을 선보이며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셰프로 빠르게 자리매김했습니다. 뭉크는 기존의 뉴 노르딕 트렌드를 넘어 '총체적 요리(Holistic Cuisine)'라는 개념을 창조했으며 이는 음식뿐만 아니라 예술, 과학, 정치 그리고 직원과 공급업체를 대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그의 직원들은 파인 다이닝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주 4일 근무와 주말 휴식을 포함한 48시간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요리 중 하나인 '플라스틱 판타스틱(Plastic Fantastic)'은 해양 환경 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한 작품입니다. 이 요리는 해초와 생선 껍질에서 추출한 콜라겐으로 만든 '먹을 수 있는 시트'로 덮인 튀긴 넙치로, 맛은 마치 맥도널드의 필레오피쉬를 떠올리게 하는 유머러스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해양 오염에 대한 깊은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뭉크는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며, 중요한 문제들을 감각적인 경험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의 혁신은 식탁을 넘어 과학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단백질 개발에 기여하고 있으며, 스포라 랩(Spora Lab)을 통해 식품 폐기물 업사이클링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초콜릿이나 먹을 수 있는 플라스틱 등 알케미스트의 메뉴에 등장하는 혁신적인 음식들은 미래 요리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합니다. 뭉크는 셰프도 예술가처럼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으며, 그의 비영리 단체인 '정크푸드(JunkFood)'는 레스토랑의 음식을 재활용해 코펜하겐의 노숙인들에게 제공하는 활동으로 이 철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알케미스트에 들어서면 로댕의 ‘지옥의 문’을 떠올리게 하는 청동 문을 지나, 기대를 완전히 뒤흔드는 경험이 펼쳐집니다. 뉴에이지 음악과 시각적 투사, 그리고 새우와 캐비어로 만든 눈알 모양의 요리 같은 상징적인 메뉴가 가득하며 이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가 다루는 것처럼 현대 사회의 사생활과 감시의 문제를 시사합니다. 이러한 요리들은 몰입감 있는 경험을 통해 깊은 성찰을 유도하며, 미각을 넘어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뭉크의 독창적인 다이닝 철학을 보여줍니다.


알케미스트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요리 중 하나인 '헝거(Hunger)'는 토끼 카르파초와 인간 갈비뼈 모형(Claes Bech Poulse의 디자인)을 함께 제공합니다. 이 요리는 8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린 상태로 잠드는 현실을 환기시키고 식량 불평등에 대해 성찰하게 만듭니다. 라스무스 뭉크는 그의 레스토랑이 지닌 특권과 모순을 인식하고 있으며, 고급 요리라는 상징성을 활용해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조명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경험이 모든 이들에게 적합하지는 않겠지만, 알케미스트의 지속 가능성, 예술, 미식을 융합하고자 하는 그의 야심 찬 비전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레스토랑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맛과 함께 생각도 풍요로워지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로 스피세리 | Gro Spiseri

| 그로 스피세리(Gro Spiseri)

도시형 팜투테이블


그로 스피세리(Gro Spiseri)는 덴마크 최초의 도심 옥상 농장인 외스터그로(ØsterGRO)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지속 가능성과 지역 커뮤니티를 강조한 독특한 다이닝 경험을 제공합니다. 외스터그로는 2014년에 코펜하겐 외스터브로(Østerbro) 지역의 옛 자동차 경매장 건물 옥상에 설립되었으며, 이 지역은 기후 복원력 프로젝트가 적용된 최초의 도시 지역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 600㎡ 규모의 이 농장에서는 유기농 채소, 과일, 허브, 식용 꽃이 재배되고, 닭장과 벌집도 있어 도시 내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외스터그로는 커뮤니티 지원 농업(CSA) 모델을 채택하여 약 40명의 회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수확물을 제공하며, 회원들은 미리 결제하여 농장의 지속 가능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로 스피세리는 이 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계절 요리를 선보입니다.


레스토랑 내부에는 25명이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으며, 손님들은 아늑한 온실에서 한 테이블을 공유하며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깁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모든 채소, 꽃, 허브는 옥상 농장 외스터그로에서 직접 재배되며, 나머지 재료는 지역의 유기농 농부와 지속 가능한 어업 방식을 지키는 어부들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합니다. 팜 투 테이블(농장에서 식탁까지) 개념을 실천하는 이 레스토랑은 제철 메뉴를 통해 지역 농산물의 최상의 맛을 경험하게 하며, 지역 자원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철학이 모든 다이닝 경험에 깊이 스며 있습니다.


그로 스피세리와 같은 도시 농장은 생물 다양성을 촉진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소비를 장려하며, 신선한 재료를 공급하여 음식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이곳은 예약 시 비용을 미리 지불하도록 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메뉴는 식사 당일에 공개되어 방문객의 기대를 높입니다.


겨울철에는 아늑한 온실에서 전통 크리스마스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특별한 디너를 제공하며, ‘월요일 휘게’ 프로그램에서는 덴마크 전통 과자 애블스키버(æbleskiver)를 다양한 버전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지속 가능성과 창의성이 어우러진 독특한 다이닝을 제공합니다.


라 반치나 | La Banchina


| La Banchina (라 반치나) 

코펜하겐 항구에서 즐기는 여유로움 


라 반치나(La Banchina)는 코펜하겐의 레프샬레외엔(Refshaleøen) 물가에 위치한 소규모 레스토랑 겸 와인 바로, 자연과 신선한 음식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여유로운 휴식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스트뢰에(Strøget) 보행자 거리 끝의 콩겐스 뇌트로브(Kongens Nytorv)광장에서 자전거로 약 10분 거리에 있으며, 아담한 14석의 공간에서 항구의 경치와 한적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라 반치나는 아침과 점심을 아늑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저녁에는 소규모 테이스팅 메뉴를 제공합니다. 많은 방문객들이 수영복을 챙겨 와서 사우나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인 후, 차가운 항구 물에서 수영을 즐기며 독특한 겨울 경험을 만끽합니다. 따뜻한 계절이 되면 부둣가는 수영객과 와인 애호가들로 활기를 띠며, 물가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집니다.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곳은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내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라 반치나의 메뉴는 유기농 채소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잡은 해산물, 그리고 내추럴 와인을 중심으로 매일 신선한 현지 재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스베리 드레싱을 곁들인 구운 당근, 튀긴 대구 샌드위치, 신선한 굴 등 계절에 따라 간결하면서도 풍미 있는 요리를 제공합니다. 고기 메뉴는 포함되지 않아 식물과 해산물 기반의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곳은 예약 없이 운영되며, 많은 손님들이 그날의 메뉴와 와인 한 잔을 들고 부둣가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과거 페리 대기실이었던 이 공간은 아늑한 물가 카페와 사우나로 탈바꿈하며 라 반치나만의 독특한 매력을 더해줍니다. 여름에는 항구에서 긴 저녁을 보내고 겨울에는 모닥불 옆에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숨은 보석 같은 장소로, 편안한 분위기와 뛰어난 음식, 아름다운 전망, 그리고 항구에서의 수영까지 더해져 코펜하겐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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