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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두 얼굴

교감과 분류

by 캐나다 마징가

우리가 누군가와 교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마다 그 관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통해 더 깊은 교감을 나누면서,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성장시킨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이들은 인간관계의 가치를 평가한 후, 마치 상대방을 '폴더'처럼 정리하는 방식으로 분류하고 관리한다.

나는 인간관계를 시작할 때,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판단이나 평가를 미뤄두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깊은 유대감을 쌓고 서로를 존중하는 바탕이 된다. 물론, 이 과정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닌 것이, 마음을 여는 것은 상처를 받을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진정한 인간관계의 교감에서 오는 따뜻한 가치를 믿으며, 그것이 단순한 목적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확신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의 세계를 조금씩 이해해 가는 순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그것이야말로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이지 않을까.


반대로, 종종 사람들을 분석하고 분류하려는 사람들을 볼 때, 그러한 태도가 효율성을 추구하거나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된 방어기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그들이 더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은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삶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며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높은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계산적인 접근법에 더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결국 인간관계를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며, 깊은 소통의 기회를 감소시킬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 역시 과거에 그런 방식을 취한 적이 있다. 특히 시간이 부족하거나 감정적으로 지쳤을 때, 인간관계를 단순히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했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봄 구름

그렇다면 어떤 태도가 더 나은 걸까? 사실, 두 접근 방식 모두 상황에 따라 필요할지 모른다. 해로운 관계라면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진정한 가치는 계산이나 분류가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진심 어린 교류에서 나온다. 마음을 열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돌아보면, 평생 지속된 가까운 친구 관계는 서로의 약점을 털어놓고도 판단 없이 서로를 받아들였던 순간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반면, 누군가를 너무 빨리 폴더에 넣어버리고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놓쳐버렸던 경험은 후회로 남는다.


결국, 인간관계를 대하는 방식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효율을 우선하며 상대를 분류하고 정리할 것인가, 아니면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성장할 것인가? 이 질문은 결국,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나 역시 여전히 이 두 태도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어쩌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우리가 만들어갈 관계의 방향을 결정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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