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탄력성
가끔은 트라우마처럼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무심히 흘려보낸 한마디,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했던 행동,
그때는 최선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부끄러운 순간들.
잊었다 싶으면 문득 찾아와 나를 흔들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탓하며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부끄러움이 모두 같은 결은 아니다.
어떤 일은 분명 나의 선택이었고, 또 어떤 일은 나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 차이를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트라우마가 아닌 레질리언스(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결과에는 나의 선택이 있었고, 그 선택을 하게 된 원인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서툴렀지만, 그 나름의 이유와 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시절의 나를 비난하기보다 이해해려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부끄러움이란 나를 깎아내리는 기억이 아니라
결국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나를 단단하게 다듬어주는 과정이 된다.
머릿속의 부끄러운 기억에서 '통제할 수 없었던 부분'을 걷어내면 후회나 미련이 생각보다 많이 사라진다.
'통제 가능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되,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끄러움이 내 성장을 증명하는 흔적이었음을 받아들인다.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잠시의 사색거리로만 두고 천천히 놓아준다.
그럴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생각은 또렷해진다.
우리가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단지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있는 일들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풍요롭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을 꾸준히 다듬어갈 수 있다.
매 순간의 선택을 내 의지로 만들어간다는 확신이 결국 흔들림 없는 나를 만들어준다.
어쩌면 대부분의 경우, 세상에 부끄러운 기억은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 또한 나였다.
후회 대신 배움을, 부끄러움 대신 확신을 남기는 일.
그것이 우리가 평생에 걸쳐 배워가는, 확신에 찬 사람으로 다듬어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