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기
선술집의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따뜻한 공기와 함께 그 안에 흐르는 아늑함이 있다.
선술집은 특별하지 않지만, 그 평범함 속에서 오히려 더 특별한 순간들이 피어난다.
그 작은 공간 안에서 긴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고, 술 한잔에 담긴 여유를 천천히 음미하게 된다.
굳이 많은 말을 할 필요도 없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충분한 곳,
잔을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작은 고요가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다.
말동무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혼자라도 나쁘지 않다.
조용히 들려오는 술잔 부딪히는 소리와 빗소리가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나는 잠시 세상 밖을 잊는다.
그러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 어느 곳보다도 더 풍요롭고 넓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작은 술잔에 담긴 시간은 늘 느리게 흐른다. 비 오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선술집의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는 멈춰있던 기억들을 하나둘 깨우는 듯하다.
술 한 모금에 사라졌다 다시 고여드는 그리움들이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는다.
‘선술집’이라는 단어 자체에 참 매력적인 느낌이 담겨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딱 알맞은 아늑한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살짝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삶의 여백과 같은 공간.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이미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여유가 스며드는 것 같다.
우리의 마음이 비처럼 내리고, 바람처럼 불어가며, 그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나 자신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