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기
바람이 불어도 낙엽처럼 쉽게 날아가지 않는 그리움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지는 그리움은 계절처럼 반복되며 찾아온다.
결국 그리움도 어디론가 흩어지고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지만
오늘도 그리움의 온기는 사라지지 않고 나를 감싸준다.
그래서 그리움은 아프면서도 따뜻하다.
떠나간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직 내 곁에 머무는 것들조차 이젠 그리움으로 다가오고,
내 곁을 떠날 날을 미리부터 그리워하고 있다.
시간을 앞질러 가는 그리움처럼, 아직 오지 않은 이별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다가올 순간들을 더 소중히 붙잡고 싶어 진다.
단풍이 한창일 때 비가 내리면, 나뭇잎은 낙엽이 되고,
화려한 순간이 끝나면, 이내 떨어져 땅으로 스며들 듯 사라져 간다.
인생의 어느 순간, 가장 빛나던 기억들이 비처럼 스며들고, 그리움으로 남아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하지만 낙엽은 땅에 내려앉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흙 속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생명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움도 잊히는 대신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시간이 갈수록 더 깊게, 마치 다시 돌아올 듯,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떠나간 사람도, 지나간 시간도, 모두 흩어지고 사라진 듯해도,
떠나간 이들의 흔적은 마음속 깊이 남아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그 순간의 따스함은 오늘을 더 소중하게 붙들게 되는 힘이 되어 준다.
그리움은 이별 앞에 서 있는 순간들을 더 값지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