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모임으로의 초대

직장이야기

by 아론

입사 첫 해에 퇴사를 결심하게 만든 선배가 있었다. 주변에 포악한 성격으로 영향력을 과시하던 그 사람은, 소문에 여럿 퇴사하게 만들었다는 말들도 많았다. 엄청난 질타와 폭언으로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처럼 느껴져 당시 거주하던 기숙사로 가는 길 옆의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 그 벤치를 택한 이유는 가로등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우는 것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께서 본가에서 회사로, 차로 태워주시는 길에 집안 형편을 원망하는 말과 퇴사에 대해 말씀드렸었다. 부끄러운 기억인데, 어머니께서도 종종 당시를 회상하시며 미안하다는 말씀을 연거푸 하시곤 한다. 그 말씀에 창피함을 이기지 못하고 주제를 돌리게 된다.


가장 아끼는 친구와도 당시를 떠올려보면 맥주잔에 소주를 부어 마셨다는 일화와, 나이가 더 많았던 동기 형들도 힘들어서 함께 술을 기울이며 세상을 탓하던 기억이 많다. 버티고 견디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랬던 포악한 선배는 나이가 들어 인사징계를 몇 차례 받고 타 부서로 좌천되었다. 들리는 소문에는 사람이 싹 바뀌었다나. 더 괘씸했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고 고칠 수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 더 경멸했다.




최근에 이상한 모임으로 초대를 받았다. 최근 시작한 바이올린과 힘겹게 듣기 힘든 음들을 내던 중에 메신저 방이 생겼다. 포악했던 선배,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과 함께 지냈던 부서 사람들과 송년회를 하자는 말과 일정을 잡는 말들이 휴대폰을 울렸다. 내 소중한 시간을 이런 선배와 보내야 한다면 차라리 집에서 혼자 책과 치킨을 뜯는 일이 더 값진 일이기에 최근 교통사고로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내 말이 끝나자 쥐 죽은 듯 조용한 방에서 최선의 행동이란 그 방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 어떤 위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나의 꿈은 내가 가진 것들을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기회가 되게끔 나누어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불청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모임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를 잘 지켜냈다고 생각하며 바이올린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