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어느 여름날, 마모된 타이어를 달고 빗길을
달리던 내차는 휘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처음 눈을 뜨고 마주한 에어백은 신기했다.
'아, 에어백이 터지면 이렇게 되는구나'
머리 위로 천장과 땅이 함께 보였다.
양팔은 어디에 쓸렸는지 그을음으로 가득했다.
'다른 차를 들이받지 않았고 혼자이니
다행인 건가', 벨트를 풀고 깨진 선루프에 머리를 박았다.
휘청이다 핸들의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던
제어되지 않는 차 안에서의 그 느낌은
지금도 잘 풀리지 않은 날의 악몽으로 떠오른다.
이후 신차를 구매했지만 1년에 한 번씩은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아니어도 오토바이나 다른 차가 들이받는 걸 보고
편리함보다 안전함을 택한 나는 뚜벅이가 되기로 했다.
근처 삼천리 자전거 가게에서 세일하는 자전거를 샀다.
28만 원 정도의 자전거, 오토바이를 몰아본 적 없었기에
뻥 뚫린 사방에, 의외로 빠른 속도감이 마음에 들었다.
간혹 가다 쏘카라는 어플로 렌터카를 타기도 했지만
왕복 30분 내외의 회사까지 출퇴근하고
주말에도 개인 일정은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했다.
차를 타다 자전거를 타니,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글쎄.
오히려 편한 부분도 많다.
매달 수십만 원의 유지비에서 가끔 나가는 타이어 정도
기름값대신 식비로 아껴 쓰고
가끔 급한 일이 생기면 택시를 타니 오히려 편했다.
시원하게 내리막길에서 느끼는 바람의 촉감도 좋다.
언젠가는 차를 사겠지만 그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
지금은 '자전거 정도'의 속도가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