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기대하게 되는 아이러니
언젠가부터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나 또는 사람들에게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왜일까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인간관계에 대한 점이 가장 크다. (다른 자잘한 이유들도 있겠지만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군가와 인연을 이어가다 보면 그러고 싶지 않더라도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 같다. 친구와의 관계, 연인이나 가족, 가볍게는 직장동료까지.. 가까워질수록 어느 부분을 바라게 되고 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름 사람을 믿고 기대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순수했었던 시절이다. 성격이 이렇게 되어버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도 처음부터 이 정도로 마음이 닫혀있는 인간은 아니었다고-)
앞뒤 다른 직장동료들의 행동, 좋은 사람인 줄 알았으나 변태였던 남자(들), 가족의 대한 크고 작은 실망들, 절친한 친구의 뒤통수.. 여러 일들이 발생하고 또 반복되고 그리고 결국 그 끝엔 굳게 닫혀버린 나의 마음의 문이 있다.
이건 올해의 일인데, 학창 시절부터 항상 붙어 다니고 정말 소중히 생각했던 베프와의 손절했다. (심지어 같이 타지에서 의지하며 자취까지 한 가족 같은 친구였다.) 뭐.. 99% 친구의 잘못이었다. 사실 가만히 있다가 당한 입장이긴 하나 그냥 1% 정도는 내 잘못도 있겠거니 하고 산다.
아무튼, 친구와 손절하고 난 뒤 화가 나기보단 너무 슬펐다. 타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외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기대하고 믿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소중했던 존재여서 그랬던 걸까.. 아마 둘 다 일지도?
아- 오랜만에 느끼는 깊은 좌절감이다. 혼자 또 생각에 잠긴다. ‘역시 타인에게 기대하면 안 됐었다. 너무 마음을 다 줘버리면 안 됐었다.’ 그렇게 나만의 선이 또 생겨버린다. 언젠간 이 사람과의 관계에도 끝이 존재하겠지라고 생각해 버린다. 좋지 않은 생각인 거 나도 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관계들도 많겠지. (솔직히 믿긴 힘들지만..)
나는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불안감이 생긴다. 행복하고 즐겁다가도 문득 끝을 생각하게 된다. 솔직히 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 그냥 현재에서 행복해버리면 그만-이고 싶으니까!
당신에게 기대하기 싫다. 또 좌절을 맛보고 실망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간혹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기대해 버릴 때가 있다. 참 어렵다. 뭐가 정답일까. 아니 정답이란 것이 애초에 존재했던가? 그저 그들이 괜찮은 사람이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