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언론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가장 많이 사망하는가에 대한 조사에서
5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자살’이다.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36.1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우리나라.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어떻게 자살보도를 해야하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살보도는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자살보도 윤리에 대한 권고기준 3.0에는 5가지 원칙이 있다.
1.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2.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
3.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한다.
4.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 예방 정보를 제공한다.
5.자살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한다.
이러한 보도기준은 유명인의 자살보도에서 더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유명인의 자살은 늘 크게, 자주 보도된다.
유명인 자살 1달 후 일어난 평균 자살률을 비교한 결과, 모방자살 현상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여성배우가 자살한 경우 모방자살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우리는 이를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른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자살한 비극의 상징, 베르테르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효과이다.
왜 이런 비극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
바로 ‘이중성’ 때문이다.
스크린 속 연예인은 대중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는 그들을 통해 꿈꾸고 위로를 받는다.
그런 연예인이 자살을 하면, 우리는 무의식 중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되냐면
‘저렇게 돈도 많고 다 이룬 멋진 사람이 살 가치가 없다고 자살을 했다면, 더 가진 것이 없는 나는 더 살 가치가 없는거 아닌가?’
자살보도의 분량이 증가할수록, 보도기간이 길수록, 모방자살의 확률은 높아진다.
누가 ‘사망했다’라는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자살에 대한 과도한 보도는, 누군가를 위한 자살 안내서가 되어버린다.
자살을 부각한 보도는, 그저 자극적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발표한 ‘자살보도 실천요강’에 따르면
자살 보도를 꼭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것들을 기사에 넣어야 한다.
-자살률의 최근 경향
-최근의 치료 및 상담의 발전 양상
-자살위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사례
-자살의 잘못된 상식
-자살 징후 소개
-자살 위기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
하지말아야 할 것은 이런 것들이 있다.
-주요 기사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
-객관적 사망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예) 번개탄 피워 자살 → 숨진 채 발견
-자살과 관련된 자극적이거나 긍정적인 표현 삼가야 한다.
예) 연이은 자살, 또 자살, 자살의 전염 등 유행한다는 식의 보도
예2) 자살 성공, 자살 실패와 같은 표현
-범죄 사건을 다루 듯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
예) 미사대교서 투신 →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살 동기를 단순화한 보도는 위험하다.
자살은 복잡한 요인으로 발생한다. 표면적인 동기만 보도할 경우 유사한 상황의 사람의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
예) 가상화폐 투자 실패 후 숨져
-사진, 동영상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자살을 합리화하거나 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아야 한다.
예) 벼랑 끝 선택, 어쩔 수 없는 선택, 마지막 탈출구 등
-’단독’과 같은 보도방식도 유의한다.
-’동반자살’ → ‘살해 후 자살’
-자살자의 최후나 사후를 아름답게 묘사하거나 해석하는 기사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자살로 인해 문제에서 벗어났다는 식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유가족의 신분을 노출할 위험이 있는 정보는 보도하지 않는다.
핵심은 이것이다.
웬만하면 보도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거나, 사회적 의미가 있는 경우의 자살도 있어서 늘 현장에서는 고민이 될 것이다.
이런 경우, 사회적,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제도 개선과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되는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단순히 클릭수를 늘리고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식의 자살 보도는 앞서 말한 베르테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