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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Jan 25. 2024

14. 천재작가, 원고 투고 결과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



오늘은 특별히 천재작가의 기획안과 목차도 없는 기고만장 1차 원고 투고 결과를 공유한다.



글은 팩트가 생명이다. 이메일함을 샅샅이 뒤져 손가락을 하나둘씩 접으며 기록을 확인해 다. 금세 개가 넘어간다. 신속히 바를 정(正) 자를 긋는 것으로 변경해서 지속한다. 으악! 메일함을 열 때마다 뼈아픈 과거가 계속 떠오른다. 기억이 바늘이 되어 가슴을 콕콕 찌른다. 호흡을 함께하는 독자들을 생각하며 간신히 견딘다. 극심 고통과 맞바꾼 기록은 아래와 같다. 차가운 공기를 미리 마시 원고 투고 전 각오를 단단히 하길 바란다.


"이메일 발송 50개 / 수신 38개 / 답신 16개"


답신 16개 중 1건은 기획출판 미팅 성사, 1건은 반기획출판 제안이다.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은 다. 미수신 12개는 출판사가 읽지도 않고 메일을 삭제한 건지, 더 이상 출판사 운영을 안 하는 건지 궁금하지만 길은 다.




"천재작가는 시원한 김칫국을 좋아한."


50개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내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인세로 불어날 통장을 생각하니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발은 분명 땅에 닿아 있는데 기분은 하늘에 붕 떠 있다. 곧이어 램프의 요정 지니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함께 고생한 아내에게 "자기야, '까르◇에 시계' 오빠가 곧 사줄게. 조금만 기다려. 책 대박 난다!" 하고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최소 5군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거라 예상하면서 수시로 메일함을 열어본다. 즐기는 음식도 바뀐다. 시도 때도 없이 김칫국을 들이켠다. 메일을 확인한 편집자는 첫 문장을 읽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원고에 몰입할 것이라 확신한다. 설렘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만의 착각임을 깨닫는다.


"출간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


원고의 품격에 걸맞게 이메일 본문에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스마트폰은 고요하고 메일함은 스팸으로 가득하다.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속이 매우 상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한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기죽지 않는다. "작은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을 한다. 물론 쓸데없는 걱정다. 친절을 가장한 뾰족한 거절 메일을 연달아 받느라 정신이 다. 출판사의 무능함을 탓하느라 입만 바빠진다. 조용히 지내''는 이때다 싶은지 슬슬 머리 꼭대기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비상이다. 작가에게는 정신 건강이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 심호흡을 크게 한다. "~~" 틈틈이 투고 리스트를 수집하며 가까스로 화를 다스린다.


"보낸 메일함에 '읽지 않음'으로 남아 있는 메일들이 수북이 쌓여간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3주 차부터는 거절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원고 투고가 취미라도 된 듯 모든 회신이 반갑게 느껴진다. 답변 메일을 받으면 습관적으로 출간 포기를 고려한다. 고민도 잠시, 수줍어서 잠자코 있던 '미련'이 '포기'에게 어퍼컷을 시원하게 한 방 날린다. 으아악! 포기가 짐도 챙기지 못하고 서둘러 도망친다. 그사이 련은 메일함을 다시 열어 원고 개선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한다. 그만두기에는 들인 시간과 정성이 너무 아깝다. 결국 신에게 의지한다. 매일 아침 출근길, 안 하던 기도를 다 한다. "제발 제 글이 세상의 빛을 보게 해 주세요" 하고 간절히 부르짖는다. 20여 년 만에 느끼는 절실함이다.




"기본도 지키지 않고 투고를 하는데 연락이 온다."


출간이 늦어진 이유다. 대충 지은 제목으로 목차와 기획안도 없이 투고를 는데 만나자고 하고, 책을 내자고 한다. '목차와 기획안이 없어도 괜찮네'라는 착각에 빠진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정신을 차린다. 지난 과오를 반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 덕분에 훗날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는다.


"원고 투고는 다다익선이다."


기획안과 목차도 없이, 서체도 KOPUB 체가 아닌 돋움체로, 줄간격도 200이 아닌 기본값 160으로 대충 투고하는데 회신을 받는다. 이를 보면 딱히 원고 투고에 정해진 답은 없는 듯하다. 투고할 출판사 선정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원고와 결이 맞는 출판사 위주로 투고하라는 게 중론이다. 천재작가는 생각이 다르다. 한 출판사 때문이다. 위로를 전하는 일상 에세이를 쓰고 나서 '긍정심리, 재테크, 세일즈' 전문 출판사에 투고를 한 경험이 있다. 홈페이지에 적힌 아래 문장 때문이다.


이 세상에 가장 큰 Risk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비작가분들 도전해 보십시오!


천재작가는 이 글을 읽고 눈물을 훔친다. 예비작가 주제에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이날 이후 출판사가 들어간 상호라면 무조건 투고를 결심한다. 결국 더 많은 좌절을 겪는다. 자존감이 땅 밑으로 기어들어 가서 숨을 곳을 찾느라 바빠진다. 제발 좀 나오라고 해도 대꾸조차 않는다.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걷는 것처럼 한없이 처량해진다.  그렇듯 겸손하지 못한 인간은 진흙탕에서 뒹굴어 봐야 정신을 차린다. 거절이 쌓여갈수록 정신이 더 바짝 든다. 어렵게 얻어야 귀한 줄도 안다. 퇴고를 거듭할 자극을 받는다. 투고가 다다익선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오호라! 기획안과 목차가 없어도 원고만 잘 쓰면 연락이 계속 오긴 하는구나. 귀찮은데 잘 됐다. 나도 후딱 원고만 써서 투고해야지”라는 생각에 입이 헤벌쭉 벌어지는가? 어서 빨리 흘린 침을 닦고 정신을 차려라. 그랬다가는 당신에게는 ‘곧’이 3주가 아니라 3년이 될 수도 있다. 30년이 될지도 모른다. 남들이 하는 데에는 이유가 다 있다. 고민하지 말고 믿고 따라라. 만약 그때 천재작가가 지금처럼 퇴고를 거듭하고, 제목과 목차를 눈에 띄게 구성한 뒤 꼼꼼하게 작성한 기획안을 첨부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곧’이 3주에서 3일, 어쩌면 3시간으로 단축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한 인간은 넘어지고 나서야 배운다.”

앞사람이 돌에 걸려 넘어지는 걸 본 다음,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 그렇다. 돌을 피해서 가면 된다. 넘어지면 아프다. 당신이 나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투고 이후에는 시련으로 받는 상처보다 더한 고통이 쓰나미처럼 끊임없이 밀려온다. 보통 멘탈로는 버티기가 힘들다. 평소 의지하던 자음과 모음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가슴을 계속 후빈다. "살려 줘" 하고 계속 소리쳐도 소용없다. 반복되는 거절 메일로부터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급기야 퇴고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지에 이른다.

“시선을 사로잡는 원고 투고는 따로 있다.”

천재작가의 기고만장 원고 투고는 대기업 사무직 면접에 선글라스를 끼고 슬리퍼를 신고 간 격이다. 같은 실수를 따라 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냐고? 운이 좋았다. 이메일에 끼워둔 미끼가 역할을 다했다. 내용은 나중에 공개한다. 이메일 투고에는 답이 없으니, 참고해서 본인만의 색깔을 입히길 바란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한 듯하다. 원고 투고 시 ‘3초’ 안에 상대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특별한 무기가 없으면 공들여 쓴 원고는 바로 휴지통행이다. 대한민국 편집자들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바쁘다.

명심해라. 작가의 첫 번째 독자는 편집자다. 그가 당신의 원고와 사랑에 푹 빠져서, 모든 걸 제쳐 두고 당신에게 연락하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




#  작가의 말


"글은 쓸수록 늘고, 고칠수록 좋아진다."


만고의 진리다. 필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출간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동시에 슬럼프가 다가와 "작가야, 나 심심해. 같이 놀자!" 하고 다. 원고를 완성하고 투고를 하는 내내 수시로 고비가 찾아온다. 원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꿋꿋하게 이겨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방법은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출간작가라는 꿈을 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딱 두 가지다. 원고를 완성하고 출판사에 투고해라. 왜냐고? 비밀을 알려주며 오늘 이야기를 마친다.



















"원고 투고 후 거절을 당할수록 간절함이  커진다. 간절함은 퇴고로 이어지고, 퇴고는 출간을 앞당긴다. 퇴고가 힘들다고 징징대지 마라. 아프니까 작가고, 힘드니까 출간이다. 다음 주에 만나자."



 천재작가에게 한 번 더 투고할 용기를 심어 준 출판사는 'RITEC CONTENTS'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사명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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