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수인분당선 9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이다. 옷집 이름이 눈에 쏙 들어온다. '그꼴로 어디가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옷 하나 사야 하나?
34번 시내버스를 타고 팔달문에 내린다. 수원제일교회로 걸어간다
1층에서 열쇠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내린다. 열쇠로 닫힌 문을 열고 13층까지 나선형 계단을 따라 노을빛 전망대로 오른다. 수원제일교회 교회 종탑에 오르면 수원시 전경을 원형으로 돌아가며 볼 수 있다.
수원관광 홈페이지에 따르면 "노을빛전망대는 화성성곽은 물론 지동 골목길 벽화사업과 지동주변 전통시장이 연계되는 관광코스로 13층 옥외전망대는 화성성곽과 수원 전체 시가지는 물론 수원천, 광교산, 칠보산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원형 구조로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팔달산의 저녁노을과 서장대의 일몰 광경은 색다른 추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흥원에 점심 먹으로 간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 등 뒤로 음식 만드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쾅, 철퍼덕, 화르르, 달그락, 타다닥, 조르륵. 다양한 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익숙한 간짜장 만드는 소리를 귀로 듣고 뇌로 그려본다.
머리로 간짜장을 만드는 사이 앞에 온 손님부터 기다린 순서대로 주문을 받는다. 간짜장을 시킨다.
출입문 좌측 방 4인석 좌식에 앉는다. 엉덩이가 따뜻하다. 간짜장을 가져다준다. 방금 만든 수타면과 간짜장 양념에서 하얀 온기가 올라온다. 양념을 붓고 고춧가루를 뿌린다. 고루 섞고 나무젓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기다린다.
주문은 주방으로 계속 들어가지만, 주방 속 만든이는 보이지 않고 묵묵히 음식만 만든다. 만든이의 수고스러움을 생각하며 나무젓가락을 집어 든다.
후루룩 쩝쩝. 다시 후루룩 쩝쩝. 밀어 넣고 씹는다. 젓가락질은 날쌔고 쉼 없다. 꾸밈없는 뽀얀 면 사이로 채소들이 리드미컬하게 씹힌다.
시나브로 그릇과 입가 주변엔 검은 양념의 흔적만 남는다. 빈 그릇을 보며 혀로 입가 주변을 핥는다. 구수함의 여운이 혀에 은은하게 감돈다.
뜨내기손님은 만든이의 얼굴도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입맛만 다시며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