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날씨로 오는 게 아니다. 갈무리한 콩으로 메주 띄우고, 청국장을 만들면 겨울이다.
부모님은 정확히 겨울을 아신다. 기다려야 하는 음식과 만드는 이의 연륜이 주는 시간의 힘. 때를 아는 힘은 본능이다.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 노란 메주콩을 콩대를 넣은 장작불에 삶는다. 밤에도 솥에 든 메주콩은 뭉근한 불기운을 품어가며 시나브로 익어간다. 메주와 청국장을 만들기 위한 힘든 과정의 시작이다.
콩대를 태워 콩을 익힌다. 장작불 안 콩대는 하얀 연기를 하늘로 보내며 콩을 뜨겁게 익힌다.
콩은 솥뚜껑 아래 맑은 눈물을 맺은 후 뚝뚝 떨군다. 눈물은 콩대를 항해 흐른다. 콩대가 피워 올린 연기는 눈물이 깊은 속으로 내려가게 만든다. 서로 보이지 않지만 한 몸이었음을 아는 숙명의 눈물이다.
솥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