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토렴 돼지머리 국밥은 맛이자 멋이다

오산 대흥식당

by 바롱이 Mar 23. 2025

대흥식당은 오산 오색시장 안에 있다. 60 넘게 대를 이어 영업 중인 돼지머리 국밥집이다. 토렴한 돼지머리 국밥이 대표 음식이다. 돼지머리 국밥양도 많고 머릿고기도 푸짐하게 들어있다. 남자는 지방(비계), 여자는 살코기 부위를 담아 내준다. 미리 말하면 먹고 싶은 부위를 담아 준다. 돼지머리 수육, 돼지머리 편육도 판매한다.


영업시간은 08:00 시~20:30 시이며 월요일은 휴무다.


오산역 1번 출구로 나와 오산 오색시장 구경도 하며 대흥식당까지 1km 정도 걸어간다. 처음이지만 지도 앱의 도움으로 쉽게 대흥식당 앞에 다다른다.


‘대흥식당’ 상호와 ‘고사머리, 눌린고기, 머리, 맞춤전문’이란 글자가 새겨진 낡은 간판에서 식당의 역사를 가늠해 본다. 간판 아래 ‘착한날개 오산’이란 노란 앰블럼도 보인다. 내용을 읽어본다. ‘이웃사랑 실천을 위해 수익금의 일부를 장기간 기부하는 착한가게입니다’


식당 내부는 크지 않다. 한쪽 공간은 식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드는 곳으로 보이며, 반대편은 손님들이 음식을 먹는 공간이다.


손님들 식사하는 공간에 앉는다. 실물 음식을 찍은 사진이 벽에 붙어있다. 사진 아래로 음식 이름과 가격이 적혀 있다. 돼지머리 국밥을 주문한다.


손님과 종업원분들이 자주 오가느라 출입문이 열려 있다. 열린 출입문 밖으로 반대편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식당 상호와 음식 이름이 적힌 출입문과 종업원분들이 보인다. 출입문 큼직하게 적힌 가게이름 앞으로 양은솥 하나가 눈에 띈다.


잠시 후 식당 이모님 한 분이 나와서 양은솥 뚜껑을 연다. 황톳빛 국물이 설설 끓으며 하얀 기운을 시장 골목에 뿜어낸다. 시각과 후각은 침샘을 자극하고 나그네의 발길을 양은솥 앞으로 이끈다. 다가갈수록 귀밑, 턱밑, 혀밑 침샘이 뻐근해진다.


침을 몰래 삼키고 양은솥 앞에 선다. 가까이서 보니 국물 속에 돼지머리와 코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돼지의 헌신은 오롯이 육수로 응축된다.


식당 이모님이 손님에게 내줄 돼지머리 국밥을 만든다. 뚝배기에 밥을 담고, 그 위로 돼지 머릿고기를 듬뿍 얹는다.


왼손으로 뚝배기를 잡고 오른손엔 양은 국자를 쥔다. 양은 국자로 국물을 퍼 뚝배기에 붓는다. 왼손으로 뚝배기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국자로 건더기를 누르며 국물을 따른다. 토렴이다.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듯 이모님은 일정한 리듬감으로 같은 동작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손놀림이 무심한 듯 재다. 돼지머리 국밥은 연륜과 감각을 통한 토렴을 거친 후 비로소 손님 밥상 위에 오를 준비를 마친다.


토렴한 돼지머리 국밥에 국물을 자란자란 담는다. 송송 썬 대파를 얹고 후추를 기본으로 뿌려 내준다. 배추김치와 깍두기, 빨간 국물의 새우젓 등 밑반찬이 함께 식탁에 차려진다. 단출하지만 국물과 밥을 홀맺는 찬이다.


건더기를 밀치고 맑스그레한 국물만 떠 맛본다. 잡내 없이 깔끔하다. 몇 번 더 국물만 먹는다. 간은 약하지만, 구수한 기운이 은은하다.


숟가락으로 휘휘 뚝배기를 저은 후 국물, 밥, 건더기를 함께 푹 떠먹는다.


가을 햇살 머금은 호박고지가 기름을 만나 부풀듯, 진국이 다사롭게 스며든 식은 밥알은 사르르 목을 넘어간다. 껍질과 지방, 살코기가 층을 이뤄 숭덩숭덩 썰린 머릿고기는 어금니에 얼맞게 씹힌다. 젤리처럼 팍신하면서도 탄력적이다. 듬뿍 뜬 수저질은 몇 번 더 이어진다. 산뜻한 지방의 구수함은 입안을 감치고 윤기 나는 기름기에 입술은 촉촉하다.


묽숙한 국물에 새우젓을 풀고 휘휘 저어 먹는다. 감칠맛과 짠맛이 더해진다. 간은 균형을 맞추며 깊어진다. 다진양념과 깍두기 국물도 푼다. 국물 색이 발갛게 바뀐다. 색만큼 맛도 변한다. 신맛, 단맛, 매운맛이 뒤섞이지만 자극적이지는 않다.


숟가락질은 이어지고 시나브로 숟가락은 뚝배기 바닥을 훑고 있다.


음식의 맛은 감각적이고 주관적인 기억으로 남지만, 사람의 배려는 감성적인 멋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보살펴 주려는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배려는 멋이다! 때론 멋이 맛을 아우른다.


돼지의 헌신에 ‘토렴’이란 배려의 손길이 더해진다. 돼지머리 국밥은 맛이자 멋이다.

이전 26화 꿩토렴을 아시나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