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복식당
청주시 오송읍 오복식당에 가면 제대로 만든 중국집 볶음밥을 맛볼 수 있다.
11시 조금 넘어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다. 첫 손님이다.
주인 할아버님은 주방에 계시고 주인 할머님과 아들분은 식당 난롯가에 앉아 계신다.
자리에 앉기 전에 물을 갖다주러 아들분이 다가온다. 주문을 받기 전에 "볶음밥이요." 먼저 말한다. 작정하고 갔기 때문이다.
주문은 주방으로 전달되고 주인 할아버님은 웍을 달구고 기름을 두른다. 할머님도 일을 돕기 위해 주방으로 향한다.
열린 주방으로 볶음밥 조리과정을 눈으로 보고 듣는다. 주인 할아버님은 왼손으로 웍을 잡고 오른손엔 국자를 들고 식은 밥과 식재료를 누르며 볶는다. 웍을 덜컥거리며 골고루 익힌다. 중간중간 불꽃이 높게 오른다.
완성된 볶음밥은 하얀 타원형 접시 왼쪽에 담고 완숙 달걀 프라이를 얹는다. 접시 오른쪽엔 검은 짜장 양념을 내준다. 두 곳에서 하얀 김이 올라온다. 즉석에서 만든 따뜻함의 물증이다.
대부분 중국집에선 미리 만들어둔 짬뽕 국물을 내주지만 이곳은 달걀국이다. 주인 할아버님이 달걀을 깨 휘젓는 소리와 모습을 보았다. 즉석에서 끓인 달걀국이다. 하얀 김이 아질아질 타오른다.
중국집의 기본 찬인 양파와 단무지, 춘장 등에 배추김치도 내준다. 국내산 배추와 고춧가루로 제대로 담근 가정집 배추김치다.
조리과정을 보고 들으며 뇌로 그린 맛을 눈으로 훑어본다.
반지르르한 밥알과 채소, 고기들이 군데군데 갈색빛을 띤다. 불에 그을린 불향에 노련한 주인 할아버님이 국자로 반복하며 누른 불 맛이 겹쳐지며 진한 풍미를 만든다.
달걀 프라이를 위로 밀어 올린다. 귀와 눈으로 확인한 맛은 숟가락을 매개체로 자연스럽게 입으로 향한다. 어금니로 꼭꼭 씹는다. 고소한 기름이 스며든 당근, 파, 양파, 돼지고기, 밥 등이 입안에서 때론 따로, 때론 함께 풍미를 뽐낸다.
연륜이 볶아낸 맛은 '고슬고슬하다'(밥 따위가 되지도 질지도 아니하고 알맞다.)란 단어만으로 설명하기엔 모자란다. 노 주방장의 시간과 정성이란 무게가 더해진 '깊은 맛'이 어울릴듯하다.
짜장 양념을 볶음밥에 섞지 않고 따로 떠먹는다. 숟가락질이 데바쁘다. '깊은 맛'에 대한 예의다.
중간중간 달걀국도 곁들여 먹는다. 알맞게 간한 감칠맛 나는 국물과 풀은 달걀은 훌훌 부드럽게 넘어가고 썬 대파는 아지작거리며 식감을 보탠다. 후추의 아릿한 맛이 기름짐을 중화한다.
볶음밥을 조금 남기고 돼지고기와 채소 등을 넣은 진한 짜장 양념으로 비벼 맛본다. 검은색은 볶음밥으로 스미며 자신의 색으로 뒤덮는다.
감칠맛나는 단맛과 다양한 식재료의 식감을 더한다. 하얀 접시 바닥엔 희미한 검은색 짜장 양념과 멀건 기름만이 볶음밥이 담겼었던 흔적임을 알린다.
접시엔 짜장 양념이 묻지 않게 가장자리로 옮겨둔 완숙 달걀 프라이만 남았다. 반숙이 아니어서 볶음밥에 섞지 않고 아껴 두었다.
기름이 고루 묻힌 두툼한 달걀 프라이는 준득하게 씹히며 볶음밥의 고소한 여운을 늘려준다. 아껴둔 맛은 배신하지 않는다.
영점 사격을 통해 영점을 잡듯 '볶음밥 맛의 영점'으로 기억될 맛이다.
제대로 만든 중국집 볶음밥을 맛보려면 청주로 와야 한다. 메뉴판의 모든 음식이 맛난 건 비밀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