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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우내 Sep 22. 2023

0921

불면증

잠이 오지 않는 밤은 내게 쥐약 같은 우울함을 선물한다. 걘 항상 우울과 어울리는 탓에 집에 돌아와 해가 지는 그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나를 불안에 떨게 한다. 조증은 매일 약간의 카페인으로 얻어내고 대가로 잠들 수 없는 불면을 떠안는다.

고요하고 적막한 시간을 사랑한다 착각했다. 인생은 원래 외로운 거라는데 난 아직 외로울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내 인생에 그 누구도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염려들이 빠져나가 나는 텅 빈 껍데기로 남았다. 그 공간으로 찬바람이 자주 드나들어 잔뜩 움츠러든 탓에 나는 작아진다.

내 우울이 들킬까 염려되어 전화를 꺼리게 된다. 넌 가끔은 나보다 더 예민한 애니까. 매가리 없는 목소리를 애써 감춘다. 사실 괜찮은 척이 아니라 괜찮았는데 네 목소리를 들으니 주책스럽게 울컥하는 그리움, 그 그리움을 밤새 게워내고 토해낸다. 검붉은 마음은 제 사랑을 찾아 떠나겠다며 요동친다.

내 약점은 지금 폴란드에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넘기는 달력이 속수무책 넘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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