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온Haon Apr 24. 2023

프롤로그-강릉 한 달 살기

0. 어서 와 한 달 살기는 처음이지


2년 6개월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사내연애의 부작용, 성격이 아주 뭣 같은 팀장과의 갈등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기간은 한 달 살기가 유행이었으니, 한 달 정도로 생각했다. 여행하는 기분도 들면서, 나중엔 현지인인척까지 할 수 있는 기간으로 ‘한 달’이 딱!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을 어디일까.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하진 않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나 홀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고, 자취도 해본 적이 없었던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내가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던 ‘강릉’이었다.


아빠의 고향이라 어릴 적부터 꾸준히 갔던 곳이고, 3살 터울의 여동생이 치과의사로서 일하고 있는 곳. 그리고 ‘바다’가 있는 곳.


적당히 익숙하면서 낯선 곳인 ‘강릉’으로 정했다.


현실도피(?) 및 안식월을 보내기 위한 곳으로 강릉을 정하자 주위 사람들은 ‘응? 강릉? 거기 뭐 있는데? 차라리 제주도를 가지?’라는 반응과 ‘강릉 좋아하는 건 알았다만, 한 달 살기까지?’라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이런 반응에 나는 ‘제주도는 너무.. 멀어. 강릉은 ktx로 1시간 반이면 간다구’라고 했었다.


부모님은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근데 강릉  지겹니?’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심 ‘동생이 있는 곳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장소는 정해졌으니, 숙소를 결정해야 했다.

부모님은 당연히 동생집으로 가겠거니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동생집이 넓은 편이기도 했고, 강릉 택지에 위치해, 강릉시내, 경포, 안목카페거리 등등으로 가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달 살기를 결정하며 숙소를 알아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비쌌다. 그래서 현실에 타협하기 위해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나의 첫 퇴사였고, 첫 안식월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값이 비싸더라도 숙소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던  인터넷검색을 통해 단기임대가 가능한 아파트를 찾았다. 17~18 정도  보이는 옛날 복도식 아파트였지만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인지 내부는 깔끔했다.  2, 화장실 1, 거실과 부엌이 따로 있는 곳이었다. 모든  옵션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대로 ‘ 들어가면  . 결정적으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바다까지는 도보로 10, 차로는 3 거리.


바로 주인과 문자를 통해 예약을 했다. 성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족단위(4인)까지도 충분한 곳이라 그런지 비싼 편이긴 했지만.   감고 결정했었다. 이때부터였다. 지출을  때마다 나를 위한 것이다라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 것이.


마지막으로 렌터카를 예약했다. 과거의 지인과 함께했던 강릉 여행에서 이용했던 곳으로  상태는 물론이거니와, 사장님의 인상이 좋아, 다음에도 이용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장소, 숙소, 차량까지 준비가 끝났다.

내 마음도 정리가 되었고,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한 달 동안 난 무엇을 할까. 설렜다.


<강릉이 제 2의 고향이라는 증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