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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

작사 허책,박과장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익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wnUd45 CtDs? si=AE8 q5 NoUl9 Tm5 LNB

이 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나나나나나나나나 노래나 할까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It's a beautiful day


-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 가사 중 -




익스(EX)는 2005년 데뷔했습니다. 이상미, 방지연, 공영준으로 구성된 3인조 혼성 그룹입니다. 각각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를 다닐 때 연합한 밴드입니다. MBC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마지막 스타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는 밴드죠.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더랬습니다.

멤버 중 이상미가 당시 최고의 시트콤인 <레인보우 로맨스>에 고정출연하기도 했는데요. 대학가요제 출신들로 수익을 내보려다가 팀의 이미지만 망친 격이었죠. 그래서일까요. 1집이 마지막 앨범이 되었고요. 이후 그녀는 EBS TV ‘딩동댕 유치원’, KBS 2TV ‘생생 정보통’ 등에 출연하며 라디오 DJ와 연기자 활동도 했습니다.

참고로 대학가요제는 2012년 공식적으로 해체되는데요. 그러다 2019년 MBC 플러스에서 부활했고, 2024년에는 TV조선, 2025년에는 MBC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전만큼의 반향은 없었죠. 그도 그럴만한 것이 <슈퍼스타K>등 연예기획사를 낀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죠.

한 때는 가수가 되는 등용문처럼 여겨졌던 대학가요제였지만 지금은 각 대학교에 실용음악과도 많이 생기고 너튜브로 개인 홍보가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신선한 신인을 발굴한다는 콘셉트가 무색해졌습니다. 장르도 밴드 위주였고요. 실험음악을 선보이던 콘셉트가 꽤나 괜찮았는데 시대가 변했으니까요.

참 이색적인 밴드였는데 너무도 활동 기간이 짧았네요. 이런 캐릭터의 그룹 가요계에 꼭 필요했는데. 쩝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잘 부탁드립니다'입니다. 모르는 사람과 처음 인사를 할 때 으레껏 건네는 인사말이죠. 대학가요제에 나온 신인 밴드의 곡명으로 딱이죠. 이 노래에서는 처량한 자신의 사연을 잘 들어줘서 고맙다 말하면서 이 인사말을 하는데요. 계속 관계가 이어지길 기대하는 거겠죠?

'안녕하세요 적당히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유후/ 끝내줬어요 긴장한 탓에/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았죠 바보같이/ 한잔 했어요 속상한 마음/ 조금 달래려고 나 이뻐요? 히/ 기분이 좋아요 앗싸 알딸딸한 게/ 뽕뽕 가네요 몰라요' 부분입니다. 화자는 소개팅이라도 나갔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너무도 긴장한 탓에 제대로 소화를 못한 것 같네요. 그래서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 술을 한 잔 하려다 취해버렸죠. 술주정뱅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하하.

2절을 볼까요. '좀 쌀쌀하네요 차가운 바람이/ 휙 가슴을 쓰네요 아프게/ 걱정은 안 해요 이젠 익숙해질 때도 돼버린 거죠/ 한두 번도 아닌데/ 울어도 되나요 가끔은 혼자/ 펑펑 울고 털고 싶어요 어허허/ 이젠 괜찮아요 딱 한잔만 더 할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부분입니다. 계절이 바뀌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화자는 허리가 시림을 느끼죠. 익숙해질 만도 한데 울음을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시 술잔을 부여잡죠. 이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 정도로 나왔어도 즐겁잖아요/ 한 번의 실수쯤은 눈감아 줄 수는 없나요/ 나나나나나나나나 노래나 할까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It's a beautiful day' 부분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토닥여 봅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충분히 웃어 넘겨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제 얘길 들어줘/ 정말 고마워요/ 잘 부탁드립니다' 부분입니다. 노래를 한 바탕 부르고 나니 소개팅을 망친 쓰라린 마음이 좀 괜찮아진 걸까요? 잘 안 된 것을 인정하고 있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 말합니다. 속이 좀 후련해진 까닭인지 아니면 애프터라도 기대하는 눈치였는지 제목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인사로 노래를 끝맺네요.


음. 오늘은 가사 중 '이제 익숙해질 때도 돼버린 거죠/ 한 두 번도 아닌데'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살다 보면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게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일도 그중 하나죠. 이별을 여러 번 했다손처도 매번 할 때마다 아픕니다. 익숙해지려 해도 그리 되지가 않죠.

제가 해 봤던 운동 중에 말이죠. 골프라는 스포츠가 딱 이 경우인 것 같습니다. 매일 골프 치시는 분들은 예외로 하더라도 보통 한 번 어떤 운동을 배우면 조금 시간이 흘러도 금방 적응이 되기 마련인데요. 골프는 그렇지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몇 달 쉬면 다시 원 위치가 되는 마법에 걸리죠. 누군가는 그게 골프의 매력이라도 합니다. 이런 점이 골프라는 운동에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거나 거꾸로 매력을 증진시키죠.

우리 몸에는 항상성이라는 성질이 있죠. 몸을 36.5도 내외로 유지하는 것도 항상성의 일환이라고 봐야겠죠. 이 항상성을 뒤집어 말하면 관성의 법칙도 되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경험한 후에 몸이 바뀌게 되는데 그 변화폭을 다시 가져오려는 반작용이 작동하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우리에게 주어지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대부분 몇 번이 반복되어도 도대체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낯섦, 익숙함, 권태의 프로세스도 한 몫하죠. 설사 익숙해졌다고 해도 익숙한 채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권태의 단계로 넘어가게 되니까요. 이 정도면 익숙한 꼴을 못 본다고 해야 할까요? 익숙함이란 고정된 단어가 아니라 일정 시간만 왔다가 가는 단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일명 연결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고 있죠.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두 번째도 아닐 수 있고요. 그 실패의 기록들이 쌓여가자 똑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마음은 왜 늘 아픈 거냐고, 익숙해지지 않는 거냐고 따져 묻고 있죠.

아직은 익숙해질 정도로 회수가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한평생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가정하에 이런 슬픔이 익숙해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이네요. 접었던 골프채를 다시 잡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듯이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도 같은 듯 다르죠. 이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이 리셋되고 다시 시작하는 형국이 됩니다. 그래서 사랑과 이별 테마가 이리도 매력적인 줄로 모르겠네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이전의 단계로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자어로 불가역적이라는 표현 말이죠. 몇 년 동안 담배를 끊었다가도 다시 피게 되는 상황. 말장난 같지만 될 때까지 하는 것 밖엔 달리 방법이 없겠죠?

어찌 보면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세나 감정에 포인트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애초에 그런 감정은 익숙해지려야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인데 감정의 파고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고픈 욕심이 익숙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감정이 무뎌져서 큰 감흥을 하지 않는 것이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닐 겁니다. 사랑하면 좋고 이별하면 아프고 다시 사랑하면 좋고 또 이별하면 또 아프고 이런 게 건강하고 정상적인 것은 아닐까요? 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무뎌지며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해지죠. 경험력이 쌓여서 흥분 회수도 줄어들고요.

그렇다고 늦은 사랑을 하는데도 좋아하는 감정이 동하지 않고 늦은 이별을 하는데도 아프지 않으면 그건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하하하. 매번 해도 사랑과 이별은 익숙함이라는 단어를 껴안으며 갈 순 없는 것 같아요. 사랑 이 오묘한 것 같으니라고. 으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이 수능이었죠. 저의 자녀도 수능을 봤습니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는 녀석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자녀도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장성했는데도 늘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바라보게 되죠. 부모 입장에서는요. 이 감정 역시 익숙해지려 해도 익숙해지긴 어렵죠. 하하하. 수능 학부모들 이제 한 시름 내려놓으시고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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