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의 <녹턴>
작사 최선영, 윤일상 / 작곡 윤일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은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괜찮아
울지 말아요
우리가 잘못한 게 아녜요
대답해봐요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말 따윈
믿지 마요
꿈은 오늘까지죠
운명에 우릴 맡겨요
꽃잎이 흩날리네요
내 사랑 그대
이제 나를 떠나가요
- 이은미의 <녹턴> 가사 중 -
한 참을 못 봤네요
그동안 잘 지냈나요
보고 싶은 마음에
먼저와 기다렸어요
무슨 일 있는 건가요
아무 말하지 않는 그대가
왠지 오늘 더 슬퍼 보여요
초조해 숨이 막혀요
떨리는 그대 눈빛에
자꾸 눈물이 흘러내려요
이미 나는 알고 있어요
어떤 말을 하려 하는지
그러니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대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거 잘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서
그 모든 비난을
감당해 낼 수 없는 거잖아요
괜찮아요 울지 말아요
우리가 잘못한 것이 아니에요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 따위에
너무 신경 쓰지도 믿지도 마요
당신과 꾸웠던 미래
여기 까지겠죠
이제 우릴 운명에 맡겨요
흩날리는 꽃잎처럼
내 사랑 그대
이제 나를 떠나가요
이은미는 1992년 <기억 속으로>라는 노래도 데뷔했습니다. 30년이 넘었네요. 노래할 때 무대에서 신발을 벗는 모습 때문에 '맨발의 디바'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죠. 앨범보다는 공연에 특화된 가수입니다. 2009년 기준 무려 600회나 공연을 했다고 하네요. 아마 지금은 1000회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애인 있어요><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가수 연차에 비해 히트곡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노래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노래는 2010년 미니앨범인 <소리 위를 걷다 2>에 실린 곡입니다. 너무도 유명해서 뭐 딱히 더 붙일 말이 없는 곡이죠.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일단 제목인 녹턴(Noctune)부터 짚고 가야겠죠. 녹턴은 야상곡입니다. 밤야, 생각상, 노래곡 쉽게 말해 밤이나 저녁을 생각하게 하는 곡이죠. 이런 맥락에서 사랑의 첫 시작이 아니라 끝자락을 노래하는 곡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첫 가사가 '그동안 잘 지냈나요/ 먼저 와 기다렸어요'입니다. 뭔가 한동안 만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음을 암시하고 있죠. 먼저 와서 기다렸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의 안부가 궁금했거나 보고 싶은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아닐까 합니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보면 그 사람의 얼굴부터 보게 되죠. 그 사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얼굴의 낯빛으로 어느 정도는 추측이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이 노래에서는 '무슨 일 있었나 봐요/ 초조해 숨이 막혀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음을 암시하죠. 직감적으로 아는 거죠. '떨리는 그대 눈빛에/ 자꾸 눈물이 흘러내려요'라는 가사로 이어지는데요. 뭔지 모르겠지만 슬픈 일인 게 분명합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다음 가사를 보시죠. '이미 나는 알고 있어요/ 어떤 말을 하려 하는지'입니다. 노래의 화자는 얼추 상대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가늠을 하고 있던 것이죠. 그러면서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대가 잘못한 게 아네요/ 사랑 하나로 그 모든 비난을 이길 수 없겠죠/ 안 되겠죠'라고 말합니다.
둘이 사랑하는 사이는 확실합니다. 누군가의 배신이나 외도 등으로 그 사랑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의 어떤 힘으로 인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상대방에서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충분히 이해한다고 토닥거리고 있습니다.
2절에도 비슷한 가사가 나옵니다. '그대가 잘못한 게 아녜요/ 사랑 하나로 그 모든 비난을/ 이길 수 없겠죠/ 안 되겠죠'라고요. 도대체 뭘까요? 이런 상황을 한 번 상상해 봤습니다. 금지된 사랑이요. 예를 들어 처형과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 전개 말입니다. 사회적 시선으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랑이죠. 여러분은 이런 가사가 나올 수 있는 게 어떤 경우라고 생각하시나요?
결론은 안타깝게도 이별입니다. '꿈은 여기까지죠/ 그동안 행복했어요/ 꽃잎이 흩날리네요'라고 말합니다. 1절에는 그다음 가사로 '헤어지기엔 아름답죠', 2절 가사에서는 ' 내 사랑 그대/ 이제 나를 떠나가요'라는 가사로 이어지죠.
노래의 화자와 상대는 서로의 사랑만 굳건하면 이 모든 세상 어떤 비난의 화살을 맞으면서도 묵묵히 걸어갈 수 있을 거라 꿈을 꾸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살벌한 벽에 가로막혀 보니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그러면서 서로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벼랑 끝임을 표현하지 않아도 알게 되죠. 그래서 함께 꾸었던 그 꿈을 내려놓습니다.
그 모습을 꽃잎으로 환원했습니다. 아름답게 봉우리를 열며 피던 꽃의 꽃잎이 세상의 풍파를 상징하는 바람이 불어오자 여지없이 떨어져 흩날리는 것이죠. 마치 헤어짐을 축복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죠. 그래서 마지막 가사가 꽃잎이 흩날리는 그 찬란한 순간에 나를 떠나가라고 말하는 클라이맥스로 마무리됩니다.
노래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뭔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지기 싫으나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서로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고 서로가 아는 애매모호한 지점에 두 사람이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오늘은 조금 위험한 발언을 해 보죠. 하하하.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은 다 옳다'구요. 그렇게 말한 논리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다고 따지는 것은 지금의 윤리와 도덕적 관점이라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있었던 간통죄가 사라진 것이 그런 경우라면서요. 여러분은 동의하십니까?
무엇이 옳든 그르든지 간에 세간의 잣대로 누군가의 사랑을 가타부타하는 것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낫겠죠. 저는 '모든 사랑이 옳다'보다 '모든 사랑에는 우리가 모르는 나름의 사유가 있다' 정도로 정리하고 가치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안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가뜩이나 아픈 사람에게 더 아픈 회초리를 드는 일만은 안 하고 싶거든요. 하하하.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는 대학교 1학년때 크리스천도 아니면서 '혼전성결'을 따지는 아주 보수적인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도 많이 변했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은 없다'는 제 생각의 첫 번째 원칙을 세운 후부터는 그때와는 180도 달라졌죠. 어떤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일 겁니다. 따라서 우린 결과에 대한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여준 근거와 이유가 타당한지를 더 캐물어야 하는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