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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Nov 03. 2024

손담비의 <미쳤어>

작사 용감한 형제 작곡 용감한 형제, 에릭

안녕하세요?

오늘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손담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0 DW96 oLDTPs? si=vU5 lnFfawo1 pdDgq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너무 미워서 떠나버렸어


너무 쉽게 끝난 사랑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 걸 알면서도


- 손담비의 <미쳤어> 가사 중 -

 



손담비는 여자 솔로 가수로 2007년 데뷔했습니다. 2009년부터는 배우로도 활동 중이죠. 엄한 부모님으로 인해 연예인의 길이 다소 늦춰졌습니다. 중학교 시절엔 통금시간을 어겨 삭발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하고요. 고등학교 시절엔 수많은 캐스팅에도 너무 이른 나이라는 이유로 반대하셨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배우를 꿈꾸며 DSP미디어에 연습생으로 들어갔지만 단역으로 출연하며 무명생활을 보냈다고 하네요. 2004년 가수로 진로를 바꾸고 2007년 'Cry Eye'를 발매하게 됩니다. 미국까지 가서 배웠던 크럼핑 댄스를 앞세웠지만 결과는 폭망이었습니다.

2008년 두 번째 미니앨범을 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바로 여기에 실린 곡입니다. 일명 의자춤을 선보이며 가수로서 생명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이 노래는 아이비를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2009년 첫 정규 음반에 '토요일 밤에'가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았죠.

'쿼'이라는 곡이 표절 의혹에 휩싸이며 2년의 공백기로 이어졌고 2012년 네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하지만 음악 방송은 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 세 번째 디지털 싱글을 내기도 했지만 소속사를 키이스트로 옮기면서 가수 활동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가끔 얼굴을 비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속옷 브랜드를 론칭한 적이 있네요. 한 때 몸치였던 그녀가 댄싱퀸으로 탈바꿈하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를 떠올려보면서 앞으로는 연기자로서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미쳤어'입니다. 제정신이 아니다. 일을 잘못 처리했다. 뭐 이런 상황에서 쓰는 관용 표현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노래의 화자는 왜 자신에게 이런 표현을 썼을까요? 뭐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것일까요? 그 내막을 쫓아가 보시죠.

노래는 하이라이트 구간이 가장 앞부분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쳤어 내가 미쳤어/ 그땐 미처 널 잡지 못했어/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너무 미워서 떠나버렸어/ 너무 쉽게 끝난 사랑/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 걸 알면서도/ 나를 떠떠떠떠떠 떠나 버버버버버 버려/ 그 짧은 추억만을 남겨둔 채로 날' 부분입니다.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졌던 일을 후회하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그 짧은 추억'이라는 가사에서 관계가 그리 길지 않았음을 추론해 볼 수 있고요. 화자는 떠나는 사람을 잡지 않았고 상대는 그런 화자가 너무 미워서 떠나버린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 같네요.

'후회했어 니가 가버린 뒤/ 난 더 불행해져 네게 버려진 뒤/ 너를 잃고 싶진 않아 /줄 것이 더 많아/ 나를 떠나지 마라/ 죽도록 사랑했어 너 하나만을/ 다시는 볼 수 없단 미친 생각에/ 눈물만 흐르네/ 술에 취한 밤에/ 오늘은 잠을 이룰 수 없어' 부분입니다. 평이합니다. 뒤늦은 후회죠.

2절에서는 '사랑이 벌써 식어버린 건지/ 이제와 왜 난 후회하는 건지/ 떠나간 자리 혼자 남은 난/ 이렇게 내 가슴은 무너지고/ 죽도록 사랑했어... 이룰 수 없어' 구간이 나오는데요. 욱해서 한 결정일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그리고 현실에서도 헤어진 대상에 대해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면 잡아야 한다고 늘 말하고 있죠.

랩 부분을 볼까요. '너의 memories 이젠 delete it/ 매일밤 부르는 건 your name 들리니?/ 몹시 아팠나 봐 이젠 시작이란 말조차 난 겁나/ open up a chapter man i'm afaid of that/ 전화기를 들어 확인해 니 messages/ 떠나 줬으면 좋겠어/ catch me if you can but i'm out of here' 부분입니다.

가사 해석이 대략 난감한 구간인데요. 상대와의 기억을 지워야 하지만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그 상황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대에게 떠나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화자 역시 상대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달아날 예정임을 밝히고 있네요.


음. 오늘은 '미치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겠죠? 생물학적으로 미치다는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른 상태 정도를 뜻합니다. 생활 용어 편에서는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 정도를 뜻하고요. 이와는 별개로 '어떤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중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모두가 일정한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네요. 정상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지만요.

우린 살다 보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상 범위'를 넘나 듭니다. 시험 기간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 밤을 새우는 행위 따위가 그런 경우죠. 평상시 수면 시간의 범위를 벗어남과 동시에 안 되는 공부를 그리 오랜 시간 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공부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도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와 만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거기에 빠집니다.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인생에서 가장 큰 몰입을 경험하기도 하죠. 물론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지긴 하지만 초반엔 그것 하나만 보이는 '정상 범위 밖'에 한동안 머물게 되죠.

노래에서 주로 다루는 사랑이라는 것도 '정상 범위'를 훨씬 넘어선 현상 중 하나입니다. 평소의 심박수, 판단력, 시간 배분 등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죠. 이런 걸 과학자들은 연구 대상으로도 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뇌를 찍어봤더니 어떻다라든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어느 정도의 충격이 온다든가 처럼요.

저는 미치다의 속성이 '쏠림'에 있다고 봅니다. 흔히 미친 사람들 중에 천재 소리를 듣는 이들이 꽤 있는데, 미침의 속성이 쏠림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또 바보와 천재 차이를 종이 한 장이라고 표현하며 양 극단이 만나게 하는 힘도 바로 쏠림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몸에는 균형을 찾으려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듯합니다. 없던 암세포가 생기면 면역 세포들이 찾아내서 없애주는 것도 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몸 곳곳에 분산시키려는 것도 그렇습니다. 만약 이런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되면 우리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겠죠.

우리 몸과 마음이 늘 이런 균형 상태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사는 일 자체가 불균형과 마주하는 일이다 보니 균형은 늘 깨지게 마련입니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산속에 혼자 산다고 해도 외로움과 불편함 등이 균형을 흔들게 자명합니다. 동양의학의 음양오행설도 태어날 때부터 불균형을 말하고 있습니다.

때론 스스로 균형을 깨고 불균형의 영역으로 온몸을 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특출 나지 않은 누군가가 그들보다 무언가를 먼저 해내려 할 때죠.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까요. 다름 아닌 성공의 공식입니다. 운에 따라 겪어야 하는 불균형의 시간은 다르지만 성공의 문턱을 넘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죠.

쏠림을 적절히 활용하면 평상시에는 이룰 수 없는 많은 것들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무언가에 미치면 가공할만한 일을 해내곤 하니까요. 그런데 전 미치는 것도 어렵지만 미친 다음에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미치는 것도 약간 중독에 가깝거든요.

이 노래에서 화자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미쳤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미친 상태에서 벗어난 지점에 서 있고요. 계속 사랑에 미친 상태로 살 수도 없겠지만 이별 후에도 그 상태를 유지했더라면 온전한 삶은 어려웠을 겁니다. 다시 정상 범위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죠.

성공하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미쳐라는 말을 이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찾기도, 미치기도 어렵겠지만 그 문턱을 어찌어찌 넘었다고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시 정상 범위로 내려와 불균형의 시간을 어르고 달래서 잃어버린 균형을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테니까요? 지금 여러분은 미쳐 있는 것이 있나요? 미친 다음 다시 돌아올 자신은 있으신가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과유불급. 미치지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에서 미치다는 '이르다'와 같은 말입니다. 최근에 시사프로그램에서 <엑소더스>리는 제목의 영상을 보게 됐는데요. 1편은 중국이고 2편은 일본이었습니다. 두 나라 사람들이 자국을 떠나 해외로 가는 이유와 모습을 담았는데, 결국 먹고사니즘이었습니다. 자신의 기대 수준에 현재의 나라 상황이 미치지 못하니 선택한 고육지책이라고 할까요. 죽음까지 각오하며 미국 땅을 밟으려는 어느 중국인의 모습에서 '미치지 못하면 미치지 못한다'는 언어유희가 잠시 떠오르더군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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