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유인식, 유장희 / 작곡 신훈철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정봉'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vT9UsC8fLWM?si=UD6LcDGAqCIGaFFL
이젠 모두 끝인가요
정말 그런가요
우리 약속했던 많은 날들은
나를 사랑했었나요 아닌가요
이젠 당신에겐 상관없겠죠
- 이정봉의 <어떤가요> 가사 중 -
이정봉은 남자 솔로로 1996년 데뷔했습니다. 1993년 대학가요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집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박화요비가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원곡자가 이정봉인 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은근히 사랑받고 있는 곡이죠. 2024년에 한국에서 데뷔한 첫 중국 가수인 장리인과 함께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요. 음질은 전보다 좋아졌으나 전체적으로는 원곡이 더 좋았습니다.
이 노래의 작사가가 유장희와 유인식 두 분인데, 유창희는 유인식의 누나입니다. 남매 사인 거죠. 유인식은 이 노래 이후에 작사 의뢰를 많이 받았지만 SBS PD로 입사한 후 작사활동을 그만두었다네요. 하지만 2000년대부터 드라마 연출 일을 하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연출을 담당하기도 했다네요. 하하하
이정봉은 1997년 2집을 발매했고 여기에 실린 <그녀를 위해>라는 곡도 꽤 괜찮습니다. 1999년 3집, 2000년 4집, 2001년 5집, 2002년 6집, 2006년 7집, 그리고 2014년까지 디지털 싱글 위주로 음원을 발표했습니다.
작년에는 시아준수와 듀엣곡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오랜만에 신곡 <그대와 나를>를 발매했죠.
과거 건강이 안 좋아서 한 때 활동이 어려웠지만 지금도 다행히도 활동 중이고요. 뉴키즈, 복면가왕, 슈가맨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와서 간간히 근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노래하시길~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어떤가요'입니다. 질문이죠. 누구에게 하는 질문일까요? 바로 헤어진 누군가에게 하는 질문으로 보입니다. 떠난 사람에게 화자는 무엇이 궁금했던 걸까요? 떠난 사람의 안부를 묻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떤가요 내 곁을 떠난 이후로/ 그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있나요/ 아직까지 당신을 잊는다는 게/ 기억 저편으로 보낸다는 게 너무 힘이 드는데'가 첫 가사입니다. 상대가 떠난 후에도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일지를 묻습니다. 실제 상대가 아름다운지 여부보다 화자에게는 상대가 그런 이미지로 남아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헤어졌지만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인 것이 분명하죠.
'하루종일 비 내리는 좁은 골목길에/ 우리 아끼던 음악이 흐르면/ 잠시라도 행복하죠 그럴 때면/ 너무 행복한 눈물이 흐르죠' 부분입니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와 좁은 골목길은 어떤 관계일까요? 뭔가 둘 만이 아는 아지트를 연상시키기도 하고요. 아끼던 음악이 매우 잘 들리는 환경을 뜻하기도 하는 듯하네요. 비와 감정을 타고 화자의 눈물로 이어지는 구성은 자주 본 것 같네요.
2절입니다. '가끔씩은 당신도 힘이 드나요/ 사람들에게서 나의 소식도 듣나요/ 당신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그댈 아프게 하지는 않나요 그럴 리 없겠지만' 부분입니다. 허허. 상대는 이미 다른 사람을 만나 버렸네요. 화자는 그걸 익히 알고 있었네요. 그런데도 화자는 상대의 안부가 궁금하고 역으로 화자의 기억을 더듬고 있는지를 묻고 있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젠 모두 끝인가요 정말 그런가요/ 우리 약속했던 많은 날들은/ 나를 사랑했었나요 아닌가요/ 이젠 당신에겐 상관없겠죠' 부분입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 헤어짐에 이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 무색해진 과거의 약속. 지난 시절 사랑에 대한 강력한 의심, 그리고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현실 자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흐르는데 화자만 거기에서 발을 못 빼고 있는 것 같아요. 흐흐흐.
'알고 있어요 어쩔 수 없었다는 걸/ 나 만큼이나 당신도 아파했다는 걸/..../듣고 있나요 우습게 들릴 테지만/ 난 변함없이 아직도 그대를' 부분입니다.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그런 사이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기에 화자가 이리도 미련의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음. 오늘은 가사 중 '이젠 당신에겐 상관없겠죠'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관'이라는 말이 제 눈에 들어왔거든요. 상관은 '서로 관련이 있다' 혹은 '남의 일에 간섭하다' 정도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A와 B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게 꽤나 중요한 일이 되죠.
일상에서 이 상관이라는 단어의 쓰임을 잘 들여다보면 '없다'는 부정의 표현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관없다'는 '무시해도 된다' 혹은 '간섭할 일이 아니다' 정도로 정리가 되죠.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이런 것도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했을 때 '내가 하는 일은 전문가 버전이 아니라 그런 거 상관없어'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가기도 하죠. 대세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의미로 지나쳐도 괜찮다 뭐 이런 뜻이겠죠.
타인의 일에 상관을 많이 하는 경우를 오지랖이라고 하고 그런 사람을 오지라퍼라고 부르죠.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매사에 감나라 배나라 하며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냥 말만 얹고 오면 다행이지만 본인의 쌀독을 퍼 나르는 경우도 있으니 쉬이 볼 문제는 아니죠.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에 던진 말에 상대가 '상관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라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사춘기 청소년을 연상시키는 이 말은 어른이 되어서도 곧잘 쓰입니다. 주제넘은 행동이나 말일 수도 있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 인식하는 수준이 달라서일 수도 있죠. 그것도 아니면 개인의 성향이 거나요.
그 지점이 상관과 관련해 가장 애매한 영역이 아닐까 싶은데요. 내 입장에서는 상대에게 이 정도 이야기를 건네어도 되는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그건 선을 넘은 거다 이렇게 보는 입장이니까요. 이렇게 애매할 땐 상관을 안 하는 게 상책이지만 역으로 스킵하고 넘어가다가 그때 왜 안 말렸냐는 둥 왜 가만히 있었냐는 둥 후에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잖냐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거든요. 어렵습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일이 상관이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드라망도, 나의 행위가 우리가 안 보이는 우주 어는 곳에 상응하여 벌어진다는 양자이론도 다 같은 맥락이죠. 그냥 나하나의 행위로만 그치는 일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 같은데요.
쉽게 말해 아무도 안 만나고 대화도 안 하고 집에서 먹고 자고 싸고 해도 각종 플라스틱이며 내가 쓴 물이며 전기며 이런 것들이 결국 우리 환경에 영향을 준다고 봐야겠죠. 기후 위기를 대처하는 각국의 모습이나 개인들의 모습은 바로 환경과 나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봐야겠죠.
하물며 이렇게 소극적인 행위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이어지면 당연히 관계라는 것이 생깁니다. 혹여 그 대응이 번지수를 잘못 찾았더라도 '그러면 안 되는데 상관을 하여 무안한 관계'라는 것이 생기죠. 모든 것이 상관이고 관계입니다. 다만 우리가 낮은 수준으로 인식해서 무시하거나 아니면 상관이 없다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죠.
특정 분야의 뉴스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낮은 분들도 있습니다. 재미의 관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관심의 관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관심이 많은 분들은 낮은 분들에 비해 그 뉴스가 자신과 관련이 높다고 생각하는 걸 텐데요. 연예인 아무개가 아무개랑 싸웠다 이런 뉴스를 예를 들면 뉴스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겠지만 나중에 대화의 소재로 삼는다던가 대화 시에 알고 있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제가 되기도 하죠. 더 확장하면 나의 연예에서도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을 생각할 수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나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상관이라는 단어로 다양한 각도에서 이어보려는 시도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정치, 경제, 사회 등과 같은 우리의 실제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딱딱한 뉴스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자신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갈 수 있거든요.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상관이 낮고 높음만 있을 뿐이죠. 상관지수가 높은데 낮게 평가하거나 낮은데 높게 평가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다소 문제가 벌어질 개연성이 큽니다. 가족을 낮은 상관 계수로 친구를 높은 상관 계수로 둔다던가, 같은 회사 동료를 낮은 지수로 다른 회사 동료를 높은 계수로 두는 식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나와 상관없다고 못 박는 것일 테고요.
이 노래에서는 헤어진 연인이 자신을 지난 시간 동안 사랑했는지, 지금도 화자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는지를 궁금해해 보지만 상관관계가 낮아진 상황임을 인지하고 체념하는 모습이죠.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떠난 상대에 대한 상관을 버리지 못해 계속 갈등하고 있습니다. 상관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뒤죽박죽이죠.
인생의 묘미 중 하나는 서로 관계가 없던 것들이 의외로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거나 거꾸로 서로 관계가 깊은 줄 알았던 것들이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는 지점은 아닐까요? 하하하.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상관은 누군가의 상관과 잘 어우러져 있나요? 그런 편안한 삶을 기대해 보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긴 여휴의 마지막 날입니다. 물론 내일에 이어 주말까지 쭉 쉬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평일보다 공휴일 혹은 연휴가 이어지면 매우 여유가 있게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저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별반 차이를 못 느꼈네요. 평일에 시간을 쪼개서 쓰면서 쉬는 날이면 이보다 백배는 더 잘 쓰겠다는 말이 변명에 불과했나 봐요. 이것도 제가 상관관계를 오인한 사례 중 하나가 될 듯하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