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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Feb 15. 2024

너는 나의 봄이다

'봄이 왔나?'

싶은 생각이 드는 날씨였다.  계절의 경계에 서 있던 봄이 슬그머니 손을 뻗어 선을 넘는다.  봄의 손짓에 잠들어 있던 꽃망울이 깨어나고 사람들 옷 차람은 가벼워졌다.

겨울이 끝났다는 착각이 들 무렵. 저녁이 되자 바람이 차갑고 바람과 맞닿은 손이 추위를 느낀다.


 수족냉증이 있는 나는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손, 발의 차가움으로 계절 변화를 알 수 있다.
출산 전에는 심하지는 않았는데, 둘째 낳은 뒤 심해졌다.  겨울이 되면  집에서도 수면양말은 필수다. 매일 운전 해야하니 자동차 핸들 열선도 없어선 안될 존재다.  손이 얼음장 같아 아이들 손 잡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손 잡기 전 양 손을 비벼서 조금이라도 체온 올리기를 시도 해 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이렇게 차가운 손으로 겨울을 지내다보니 손에서 얼음이 나가는 마법도 가능할 거 같다.

'겨울왕국 엘사처럼 근사한 얼음 궁전을 짓고, 온 세상을 얼려버리지는 못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얼음은 만 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  

방구석 엘사가 만들어 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입소문 타고 구름떼처럼 몰려 온 사람들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그렇지만 계속 차가운 손을 유지해야 하는 건 싫으니 방구석 엘사는 못하겠다.


연애 때 부터 10년 넘게 나를 지켜보던 신랑은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기 전부터 장갑, 충전식 손난로, 수면양말, 발열내의 등을 사다 나르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수면양말과 발열내의만 사용했다.

손이 많이 시렵지만 또 걸리적 거리는건 싫어해서 장갑도 안끼고 점퍼도 두꺼운건 잘 안입는다. 운전 하니 두꺼운 점퍼는 움직이는데 불편하고 차 탈 때 벗고 내릴 때 입는게 귀찮았다. 장갑 낀다고 손이 따뜻해지 않고, 핸드폰 쓸 때마다 벗는것도 일이었다.  청개구리가 따로 없네.

아이들이 종종 청개구리같은 행동 할 때 누구 닮았나 했더니  닮았나보다.

추위를 많이 타고 손 발도 차가우면서 발열 및 방한 용품을  잘 안 쓰는 청개구리같은 나에게 드디어!! 난로가 생겼다. 바로 둘째 아이다. 4식구 중 나 빼고 3명은 겨울에도 따뜻한데 그 중 둘째가 전용 난로가 되었다.

칼바람이 엄청 불었던 어느 겨울 오후에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데리러 갔다. 핸들 열선을 켜고 왔을 때는 손이 따뜻했는데 찬 바람을 맞으니 금새 차가워졌다.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고 주차 한 곳으로 가면서 "으~ 너무 춥다. 손 시려워" 라고 하니 아이가
장갑을 벗으며 손을 잡아준다.

"엄마 내 손 따뜻하지? 이제 손 안 시렵지?"


하며 방긋 웃는 아이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한꺼번에 밀려오는 다양한 감정이 주체가 안되서. 행복함과 언제 이리 컸나 싶은 대견함과 빨리 크는 거 같아 아쉬움, '이런 말도 할 줄 아네' 하는 사랑스러움. 그리고 따뜻함을 느꼈다. 아이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차가운 바람은 포근한 봄 바람이 되었고 얼어있던 손은 말랑말랑 따뜻해졌다. 아이의 체온을 통해 다정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응 고마워~ 엄마 손이 따뜻해졌네~"

"이제부터 손 시려우면 내가 손 잡아줄게"

그 이후로도 수시로 손을 잡아주며 체온을 나눠주었고 아이와 있을 때는 찬바람도 무섭지 았았다.

부모의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아이들 역시 부모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준다. 세상에 아무 조건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이 또 어디 있으랴. 이 열렬한 사랑 때문에 나는 제법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어깨가 한껏 올라간다

봄을 닮은 너희가 나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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