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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Mar 18. 2023

나외 당신이라는 꽃

출퇴근하는 길에 서 있는 벚꽃 나무 2그루가 서 있다. 언제 피었는지 모르지만, 이미 벚꽃이 환하게 피어났다. 2그루가 나란히 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렇게 예쁜 나 좀 보라고 매력을 어필한 덕분에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벚꽃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햇살 아래 서 있으니 더 화사하다.

벚꽃뿐만 아니라 다른 꽃 들도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노랑, 빨강, 분홍, 하양 등 다채로운 색깔의 꽃망울들은 보석 같다. 길게 뻗은 가지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꽃망울들은 섬섬옥수에 끼워진 반지처럼 빛이 난다. 물러가기 싫은 겨울이 꽃들을 시샘해 포효한다. 이빨 빠진 늙은 호랑이지만 위세가 대단하다 사람들은 넣어뒀던 겨울옷을 꺼내 입었으나 봄꽃은 피었고, 더 많은 꽃망울들이 맺혔다. 겨울이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심술을 부려도 봄은 돌아오고 꽃은 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마음먹고 안 쓰던 가계부도 쓰고, 지출도 줄이고, 빚도 갚고, 저축도 조금씩 하고 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글쓰기 연습도 하고 블로그도 1포 중이지만 이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머리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닌 걸 알지만, 마음은 아니다. 동동거리며 바삐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펴본다. 초조하고 불안하다.
남들은 저렇게 멀리 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이다.
다들 화려하고 예쁘게 피어나는데, 난 아직 땅속에 갇혀 얼굴 한 번 내밀어 보지 못했다.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이 때다 싶어 조급함이 찾아와 속삭인다. '넌 재능이 없어. 이건 너의 길이 아니야. 이 정도 했는데 결과가 없으면 접어야지' 그리고 마지막에 큰 한 방을 날린다. '포기하면 편해!!' 
아.. 이 한방에 비틀거린다. 마음이 동한다. 예전의 나처럼 핑계 대고 그만둬도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다. 시간도 없는데 잘 됐다 싶은 순간 봄 향기를 가득 담은 꽃들이 앞에 나타났다.


봄에 피는 꽃이지만 피는 시기는 다 다르다. 같은 꽃이라도 어떤 건 만개했지만, 어떤 건 꽃망울만 맺혀있다. 똑같은 꽃이라도 이리 다른데 나는 왜 남들과 같지 않다고 조급함을 느꼈을까. 방향이 맞고 노력을 한다면 반드시 도달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안달복달하지 말자.
봄 여름 가을 겨울은 항상 돌아오고, 꽃은 핀다.

나와 당신이라는 꽃도 가장 좋은 계절에 제일 아름답게 피어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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