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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하루 Jul 23. 2023

하루살이는 행복해(벽돌 스물넷)

숨 쉬니까 사는 거다.

집으로 향하는 공항 리무진 안.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꽉 채운

버스의 끝자리에 앉아

혼자만의 생각의 방을 만든다.

 

생각의 방.

사람 많은 곳에서 나와 외부를 의도적으로 차단한 후  나를 3인칭 시점으로 관찰한다.



20만 원짜리 철분제 효과가 전혀 없이

심각한 피검사 결과가 나왔다.

어지러워 오랜만에 휠체어를 타고

응급실 대기를 타며 수혈을 받았다.

늘 그래와서 이번에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날따라 찌르는 족족 식염수도 못 견디고

모든 혈관이 터져버려

결국 8번 만에 간신히 손등에

주삿바늘을 잡았다.



거기다 내 말초혈관이 수축하며 수혈용 핏줄까지

수축해 수혈이 되지 않고 핏줄이 부어오르며

생전 처음 느끼는 고통을 느꼈다.



결국 울면서 못 하겠으니

제발 수혈용 바늘을 빼달라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울었다.



같이 갔던, 병원에서 6시간 넘게

고생한 엄마한테도 화가 났다.

(이제야 생각하니 죄송스러운..)

어제는 옆에 누군가 있는 것조차 화가 났다.



결국 수혈에 실패하고 바늘 빼고.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서러워 펑펑 울고 말았다.



통증 참는 건 자신 있었는데...

앞으로 더욱더 수혈받기가

어려워질 거라고 하던데...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할 만큼

내가 가치가 있는  인간인가?

아니. 애초에 이 정도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 정도로

좋은 세상인가?



그냥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숨 쉬니까 사는 거겠지만.

정말 힘들다.

이를 얼마나 더 악물어야 살아갈 수 있을까?



오늘은 그냥 숨만 쉬고 살아내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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