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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강물처럼 Nov 26. 2023

문제적 숫자 '3'

<삼국지>의 제갈량은 미천한 자신의 누추한 초가를 세 번이나 찾아와 천하통일 대업을 함께 이룰 것을 요청하는 유비현덕의 삼고초려에 감동하여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하며 유비의 촉나라 재상이 되어 출사(선비가 벼슬아치가 되어 세상에 나아감)하기로 합니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는 북쪽 조조의 위나라, 남쪽 손권의 오나라에 이어 유비가 형주 땅을 차지하여 그곳을 근거로 삼아 하나의 나라를 이루어 중국 대륙을 삼분한다는 계략입니다. 그렇게 하여 국력을 키운 다음 漢나라 시조 유방의 후손인 유비가 삼국 통일의 과업을 이룩하면 옛 한나라의 영광을 다시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제갈량 또한 그를 목숨 바쳐 충성할 것을 맹세하였습니다.       

         

삼국시대란 세 나라가 병존하여 안정적인 구도를 형성하는 때를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나 중국의 위, 촉, 오의 삼국시대 등을 일컫습니다. 삼국시대를 三國鼎立(삼국정립)이라고도 부릅니다. 삼국정립의 '鼎'은 한자로 '솥다리: 정' 字입니다. 뜻글자인 한자는 '내:천(川)'이나 '뫼: 산(山)'처럼 실물의 모양을 딴 글자가 많은데 그중에 하나가 가마솥 모양을 가진 '鼎"자입니다. 가마솥의 다리는 딱 세 개입니다. 다리가 둘이면 솥이 넘어지고 넷이면 각 다리의 길이가 조금만 달라도 솥이 흔들리게 됩니다. 다리가 셋이면 쓰러지지 않고 흔들림도 없는 안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 나라가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안정을 이루게 되는 구도를 삼국정립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물론 안정이 영원하지는 못합니다. 힘의 균형이 깨지면 솥은 쓰러지게 되어 있습니다. 셋이 안정의 수라면 안정이 깨지는 것 또한 우주의 섭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안정이 깨질 때까지는 셋의 구도가 안정을 가져다주므로 자연히 셋의 시간이 지속되게 됩니다.       

          

한 가정의 완전한 구성은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입니다. 완전한 가정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적구성입니다. 자녀를 기준으로 보면 최소한 둘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둘을 낳다 보니 성비가 맞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들 둘 이거나 아니면 딸 둘을 낳은 것입니다. 그러니 아들아들인데 딸을 원하거나 딸딸인데 아들을 원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행히 원하는 아들을 낳거나 딸을 낳으면 좋겠으나 실수에 실수가 이어지면 '독수리오형제 집', '칠공주'집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성비 가리지 않고 셋에서 그만두어야 안정의 최소한의 수 3을 이룰 수 있습니다.    

                



삼각관계란 하나를 바라보는 둘이 있을 때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한 명의 이성을 두고서 둘이 경쟁관계에 있을 때 그 긴장과 질투 시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1:2의 관계에서 '2'에 속한 두 명의 갈등과 대립은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죽음도 불사합니다. 삼각관계라고 부르는 이 구도를 벗어나 4각, 5각관계가 되면 '1'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다수가 좋아하는 그 남자와 다수가 좋아하는 그 여자는 희소가치가 떨어져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유신정권의 박정희 전 대통령은 '1'이고 경호실장 차지철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은 '2'입니다. 최측근인 대통령경호실장과 중앙정보부장과의 충성경쟁과 '님에 대한 애정탐욕'으로 첨예한 대립을 하는 가운데 '1'이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 병자호란을 맞아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분)과 주전파 김상헌(김윤석 분)이 어전에서 명나라와의 관계를 두고서 벌이는 설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호흡증을 유발합니다. 설전이 끝나고 나서야 관객들은 폐 안의 바람이 후욱~하고 뱉어지는데, 그동안 숨을 쉬지 않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조선조의 숙종 임금을 둘러싼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관계는 지존의 자리에 있는 한 남자를 두고 사랑을 다툼하는 두 여인과 두 여인을 내세워 권력을 탐하는 서인과 남인의 대립관계가 이루어졌습니다. 장희빈이 된 장옥정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로 18편이나 제작되기까지 했으니 그 삼각관계가 참으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될만한 '가치'가 있었나 봅니다.  

                        



'3'이라는 수는 십진법으로 열 개의 수 중에 하나일 뿐이지만 3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주 삼라만상에는 셋의 원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서 우리는 무심히 여기지만 왜 하필 셋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삼위일체(성부, 성자, 성령)     

셋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믿음, 소망, 사랑)     

세 번 부인(첫 닭 울기전 나 예수를 모른다고 너 베드로는 세 번 부인할 것이다)     

삼권분립(행정, 입법, 사법)      

삼두정치(고대 로마의 정치체제)     

삼부회(프랑스의 세 신분의 대표자가 만나 국가의 중요 사안에 관해 토론한 일종의 신분제 의회)     

삼국협상(영국-프랑스-러시아)      

삼국동맹(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이탈리아)     

삼국간섭(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 후 러시아 · 독일 · 프랑스 삼국은 일본의 요동반도 점유를 정식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삼상회의(미국·영국·소련의 3개국 외상(外相)이 한반도의 신탁통치 문제를 포함한 7개 분야의 의제를 다룬 회의)     

삼색국기(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러시아,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스페인, 헝가리 등)     

하루 세끼 - 1식 3찬     

삼지창(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무기)      

삼각관계(피 터지게 싸우다 죽는다)     

삼세판(삼판양승제)     

삼심제도(한 사건에 대하여 심판을 세 번 받을 수 있는 심급제도)     

트로이카(세 필의 말이 끄는 마차)     

삼총사(둘은 맨 날 싸우기 십상이고 셋이면 중재자도 한 명 있다)     

맹모삼천지교(자녀교육을 위한 두 번 이사는 무성의하고 네 번은 너무 많다)  

             

우연의 일치라고 넘겨 버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실례들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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