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를 병원에 데려가려 했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도도는 아침밥도 안 먹고 평상 밑에 앉아있다가 사라졌다.
새벽 두 시에 마당으로 나갔다. 도도를 불렀다. 도도는 지붕 위에서 호두나무를 타고 내려왔다. 도도는 평상 아래서 웅크리고 앉아 나를 봤다. 눈이 마주치자 도도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모, 그동안 고마웠어요. 순둥이, 점박이 부탁해요.’
나도 도도에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 모습이 마지막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숨은 더 빨라지고 배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도도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방으로 들어왔다. 빗소리 때문에 밤새 뒤척거렸다.
다음 날 친구들과 고향에 가기로 한 날이어서 아침 일찍 도도를 불렀다. 내 목소리는 계곡 물소리를 따라 흘러가버렸다. 도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 시골 도착할 때까지 도도가 생각났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노을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붉은 바다를 보면서도 도도의 숨 가쁜 배가 떠올랐다. 친구 윤빈이가 가져온 장어를 먹다가도 도도가 생각났다. ‘내가 미쳤구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는 신안 슬로시티인 증도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마을을 다 돌고 집에 가려먼 너무 늦어 안 되겄어야.”
나는 친구들 눈치를 봤다.
직진 민자가 말했다.
“염병하네, 동네 한 바쿠 돌자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내가 말을 했다.
“도도 때문에 가야 겄어.”
“너는 그 오지랖을 언제 그만둘래?”
미영이가 한마디 했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영순이가 나를 동조해줬다.
“그래, 그럼 서두르자.”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도도를 불렀다. 그런데 까불이, 점박이, 순둥이만 나타나 밥을 먹었다. 동네를 구석구석 다니면서 불러도 도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길했다.
그날 이후로 도도 남편 까불이와 새끼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날마다 시도 때도 없이 도도 가족을 찾아다니면서 불렀다. 십일만에 점박이가 나타났다.
“니네 엄마 도도는, 아빠 까불이는, 순둥이는?”
나는 두서없이 물었다.
아침저녁으로 고양이들 부르는 내 목소리에 앞집 아줌마는 이런 나를 보고 “정성이다” 했다.
점박이는 사료만 먹고 사라졌다. 나는 점박이 뒤를 따라갔다. 계곡 건너 옥수수밭에서 회색빛 고양이랑 순둥이가 나란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순둥이, 거기서 뭐 해? 데이트 허냐?”
이렇게 내가 새끼들을 찾는 것은 도도와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혹시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먼 내가 새끼들 챙길께.”
친구들과 시골 가기 전날 나는 도도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순둥이와 점박이가 마당에서 밥을 먹는다. 까불이와 도도는 그 후로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까불이와 도도는 어디로 갔을까. 혹시 도도가 눈을 감을 때 같이 따라갔을까..... 어떻게 하루아침에 둘 다 사라질 수 있을까.
“까불이가 안 보여요?”
성길씨에게 물었다.
“죽었는가 보죠.”
성길씨는 고양들이 담배 연기처럼 사라질 때마다 저렇게 말했다. 냉정한 건지, 떠난 것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기로 작정을 한 건지.
길에서 사는 것들이 빨리 죽을 수밖에 없다. 밭에 놓은 쥐약과 더러운 물을 먹고 추위에 시달리고 굶주려 폐렴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문을 열어놓자 점박이와 순둥이가 집안으로 들락거린다. 어둠이 햇빛을 거두어들이는 동안 순둥이가 들어와 요에 오줌을 쌌다.
“야 임마, 지금 네가 오줌 눌 나이냐 느그들은 이제 사나이야.”
나는 밤마다 처마 밑에 엘리드 등을 켠다. 배추도 무도 밤이면 잠을 자야 무럭무럭 큰다고 성길씨는 마당에 불을 끄라고 한다. ‘만약에 고양이들이 집에 왔다가 불이 꺼져 있으먼 어쩌라고.... ’ 마당에 불을 켜면 배추, 무가 잠을 못 자고...... 나는 최대한 늦게 불을 끄기로 혼자 합의를 했다.
도도는 내가 텃밭 끝에서 이름을 부르면 숨찬 배를 끌고 돌아와 대추나무 아래에 앉았다가 갔었다. 여름이 끝난 후에도 그 자리에 서 있으면 내 몸 어디에선가 땀인지, 눈물인지 흘러내린다. 흐르는 액체를 소매로 닦다가 밭에 떨어진 대추를 한알 주워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