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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들의 사계

밤이 혼자 앉아 163

by 불량품들의 사계 Jan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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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앉아


                        


혼자 앉아 있다. 바람에서 병 깨지는 소리가 새의 발목을 치고 다. 고양이가 에 침을 르고 있다. 거울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입술 각질을 뜯어다. 들짐승과 날것들이 침묵 속으로 몸을 묻다.


산 밑에 혼자 있는 밤이면 적막함이 창문을 타고 미끄러진다. 밤의 고요함과 무거움이 좋아 나는 나를 어쩌지 못한다. 적막함은 술병을 들고 다정히 찾아오는 친구 같다.   

  

새벽 한 시 고양이 울음소리에 마당에 나갔다. 호두나무 빈가지가 가리키는 끝에 별이 있었다.

나는 나뭇잎을 다 떨어뜨리고 서 있는 쓸쓸함이 좋아 나무를 닮으려 했었다. 언제나 혼자 서있는 나무가 쓸쓸하면서도 의연해 보여 깊은 산속 나무처럼 살아가고자 했다.

나무는 별을 보며 찬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길 위에 돌멩이, 병상를 다독이는 밤  서로 가까워지고 있다.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패딩 잠바로 머리를 싸매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도 있어요.’ 호두나무 아래 배추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발처럼 소지른다. ‘그래그래 너도 닮고 싶구나.’ 속을 감싸고 있는 배추에게 말을 했다.

   

면도칼로 살을 베는 듯한 어느 한밤중, 큰오빠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퍼붓는 눈이 밤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길가 어둠 속, 배가 눈속에 파묻다.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듯, 배춧속을 끌어안은 실핏줄 그어진 겉잎, 성자 같았다.


누구를 감싸고 안아야만 내 몸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아는 겨울밤, 문 앞에 앉아 울고 있는 고양이 집으로 들어다. 부르튼 입술에 립밤을 발랐다.  

산 밑 무거워졌다. 나와 양이 울음소리가 산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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