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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난, 파랑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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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여범 Sep 29. 2024

변비/배설의 미학

변비/배설의 미학


새벽 5시,


대문을 열고 제법 쌀쌀해진 바람을 느껴본다.


동이 트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엘리베이터를 지나 계단으로 향하는 영호뛰어서 1층까지 내려간다.


"자, 손목, 발목, 어깨,  몸풀기를 해 주세요"


"네네"


"아직, 병오네는 안 왔나 봐? 잠자는 거 아녀, 토요일이라고"


"아닐걸, 어제 11시에 가맥하다가 운동해야 한다고 들어갔는데"


"그려, 그럼 나오겠지"


심한 변비로 고생하는 영호는 개인운동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것을 피부로 느낀다.


그러던 중 새벽 운동 팀에 달리기를 함께 하는 지역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벼운 운동이라 생각하고 카페에 가입을 했다.


매일은 힘들어도 2일에 한 번은 꼭 참석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체력이다.


 100미터만 달려도 헥헥거리는 저질체력으로는 무엇도 도전하기 어렵다


그래도 젊을 때는 한 가닥 했다는 자존심으로 지난주 처음 참여한 달리기에서 다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100  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중도 탈락해서 걷다가 집으로 걸어 들어왔다.

"여보, 변비는 요즘 어때, 아직도 8일-10일에 한 번 어렵게 보는 거 아냐"


"응, 그저 그래."


"힘들다는 이야기구먼, 걱정이네 의사 선생님이 변비는 무조건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라고 했는데 말이야. 요즘 달리기 동아리도 들어갔잖아, 당신"


아침을 준비하며 아내가 묻는다.


"변비약 먹고, 물 많이 마시고, 훌라후프 하고, 노력이란 노력은 다 해봐야겠지만, 당신 힘들어서 어떡하냐?"


변비는 사람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정신을 황폐하게 만든다.


 10일 정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는 느낌이 올 때쯤 배변 반응이 온다.


"윽으으으윽......."


영호가 어쩌다  통을  쌀 때, 내지르는 소리거 얼마나 큰 지, 옆집에 민폐다.


이사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부의 대화가 자주 이어진다.


이런 영호와는 달리 아내와 가족들은 다르다.


먹기가 무섭게 쏟아내는 항문의 활성화된 장 운동이 그저 부럽고 부러울 뿐이다.


"하나님,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파킨슨 약을 먹고 가장 힘든 것이 변비입니다. 제발 똥을 잘 쌀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한약도 양약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119에 실려가 관장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


오늘도 변기에 30분째 앉아 두 손 모아 기도드리는 영호의 모습에 아내는 마음이 아파 눈물이 흐르고 만다.


"기도합니다. 하나님, 제발, 평안함을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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