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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치 연애컨설턴트 Mar 07. 2023

대형견은 아무나 키우는 게 아니다.

충분한 준비와 책임감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반려동물을 새가족으로 들이는 것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어릴 적부터 미국식 영화를 많이 봐왔다 보니 좋은 집과 대형견에 로망이 있었 나는 수입이 생기고 여유 자금이 모였을 때 그 무엇보다도 집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갔다. 내가 원했던 집이 해결되니 이제는 다음 로망이었던 대형견으로 시선이 옮겨갔는데 애초에 집을 볼 때도 대형견을 데리고 오기에 부족함이 없는지를 고려했다. 하지만 막상 대형견을 데려오기로 마음먹으니 정말 내가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상상했던 것과 다른 고충이 있지는 않을지 다시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대형견이든 소형견이든 새가족으로 들인다면 평생을 책임져야한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한 번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되짚어봤다.


대형견이 살기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만한 넓이의 집이 있는가.

대형견이 산책하기에 좋은 큰 공원이 집 주변에 있는가.

대형견을 책임질 만큼의 고정 수입이 있는가.

반려견을 혼자 두지 않을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있는가.

매일 산책을 시킬만큼의 책임감이 있는가.


대형견을 데리고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알아야하는지 알아보고 또 고민했. 체크리스트를 다시 확인해도 나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는 것같았고, 그렇게 21년 5월 하치를 데려왔다. 내가 스스로 약속했던 것처럼 매일 산책을 하고, 가장 좋은 사료를 먹이며 충분한 훈련을 통해 건강한 반려견으로 라기를 바랬다.

처음 하치를 데려왔을 땐, 사진처럼 작았다보니 3달 간은 털을 심하게 날리지도 않았고, 냄새가 나지도 않았으며 산책량도 적었다. 마찬가지로 먹는 양도 그렇게 많지 않으니 비용적으로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걱정했던 것보다 무나도 어려움이 적다고 느껴 하치를 데려오기 전 했던 걱정들이 괜한 걱정이라고 느끼며 5개월차쯤 됐을 때부터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치는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졌다. 덩치가 커지니 날리는 털도 많아지고, 더 많이먹고 더 많이 쌌다. 산책량이 늘어난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문제는 집이 점점 지저분해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청소를 잘해도 어쩔 수 없이 집에서서 냄새가 났는데 지인들이 방문했을 때, 이전에는 집에서 달콤한 냄새가 났다고 했지만 하치가 온 뒤로는 소위 말하는 '개냄새'가 난다고 했다. 거기다 털이 날려 식기구나 음식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평소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보니 적응을 하기까지는 제법 스트레스였다.  만약 충분한 준비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냄새와 털 때문에 포기를 할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엔 이미 이전 글에 썼던 것처럼 이런 스트레스가 있음에도 상쇄를 할만큼 하치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였고, 나 또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큰 어려움없이 하치와 행복한 삶을 살던 중 10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불행이 찾아다. 하치가 '바베시아'에 걸린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바베시아병은 진드기에게 물려 감염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빈혈이 있다고 한다.

평소 활발하다 못해 감당하기가 어려울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던 하치는 조금만 걸어도 지쳐서 엎드리려했고, 산책길에 친구를 만나도 장난을 치기는 커녕 불편해했다. 집에 있을 때도 잠만 자거나 처져있었는데 이상함을 느낀 나는 하치의 잇몸을 확인했는데 아래의 사진처럼 선홍빛이어야하는 잇몸의 색는 하얀색에 가까웠다.

상태를 지켜보며 다음날 아침일찍 자주가던 동물병원에 갔을 때 병원에서는 하치의 빈혈이 심각하며 수치는 3%였다고 한다. 정상 수치가 20%대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고 조금만 더 늦었어도 아찔할만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해당 병원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2차 동물병원으로 가야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수의사분에게들은 하치의 상태는 정말 심각했는데, 앞으로 치료를 해야하는 바베시아라는 병은 정말 심각한 병이었다. 치사율도 굉장히 높고, 치료를 위해선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빈혈 증상이 심각하게 찾아와 주기적으로 수혈을 해주어야하고,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보니 다양한 약을 제조하며 치료를 시도해봐야한다는 것이었다. 수혈을 하고 약을 제조해 먹여도 확실한 치료는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했는데 문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하치는 대형견이다보니 소형견에 비해 치료비용이 더 비쌀 수 밖에 없었는데 수혈과 약의 비용이 2주~3주정도만 계산했을 때도 700만원에 가까웠다. 한달 간 치료를 하면 1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예상되었는데 한달간 이렇게 치료해도 확실히 치료가 된다는 보 없다는 것이 가장 막막했다. 다행히도 나는 이미 모아둔 돈이 있었고, 700만원이나 그 이상의 지출이 있더라더 감당할 만큼의 고정수입이 있는 상황이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하치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치료를 선택했고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 최소 2주를 치료하며 700만원을 예상했고 치료가 더 길어진다면 한달 간 천만원의 지출도 감안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도 2주차 쯤 하치의 상태는 호전되고 있었다. 10%대도 되지 않던 빈혈 수치는 1주차가 지나면서 10%대를 넘겼고, 2주차가 될때 쯤 20%대에 근접했다. 다행히도 하치가 정상적인 수치를 찾기까지 3주가 걸리지 않았고 치료비는 800만원을 넘기지 않았다.


지금은 다시 그 누구보다 건강하고 활발한 하치로 돌아왔지만 만약 그 당시에 내가 그만큼의 돈이 없었다면 하치를 치료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돈을 모아두어 치료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되는 한편으로는 아찔했다. 만약 대형견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만으로 대형견을 키울 생각을 한다거나 쉽게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볼 것을 추천한다. 대형견을 키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아무리 잘 준비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출이 생길 수 있고, 책임질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가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더 힘들고 준비해야할 것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꼭 가졌으면 한다. 나 자신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 공부하며 하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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