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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치 연애컨설턴트 May 01. 2023

호구의 연애

여자친구의 '지갑'이었던 P님

본 내용은 작가의 저서 '연애의 전략'의 번외이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중점으로 담은 글입니다.
당신이 행한 봉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라 허나 당신이  받았던 호의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라.

세네카


서서히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P님의 연애는 어느 순간부터 침몰하는 유람선과도 같았다. 시작은 분명 좋았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서 서로를 알아가며 데이트를 했다. 호감은 이내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굳어져 갔고 P님도, 여자친구도 같은 마음이었다. 연인이 됐을 때 둘의 관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여느 커플처럼 데이트를 하고 한쪽이 식사를 사면 한쪽이 카페에서 음료를 샀다. 함께하는 나날이 길어져갈수록 P님의 감정은 더 깊어져 '내 여자친구가 돈을 아꼈으면 좋겠어.', '여자친구가 힘들 바엔 내가 힘든 게 더 나아.'라는 생각을 갖기에 이르렀다. 한쪽이 식사를 사면 한쪽이 카페에서 음료를 샀던 둘의 데이트는 P님이 "괜찮아, 그냥 내가 살게"라며 데이트 비용 전부를 내면서 한쪽이 식사와 카페 음료 모두를 사는 데이트로 바뀌었다. 스스로가 원해서 했던 선택이기 때문에 P님은 전혀 아깝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했고 뿌듯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는 한 푼도 아깝지 않았던 P님은 50일이 됐을 때,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값비싼 목걸이를 선물했다. 여자친구는 너무나도 좋아했고 P님은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100일이 됐을 때, P님은 이전보다 더 소중한 날이니 더 값비싼 선물을 하고자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가방을 선물했다. 여자친구는 이전보다 더 좋아했고 P님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P님은 직장 후배에게 밥을 사기 위해 꺼내 들었던 카드의 한도가 초과되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P님은 최근 할부로 여자친구의 100일 선물을 사주긴 했지만 한도가 초과가 될 리는 없다고 생각하며 내역을 확인했다. 100일 선물로 구매했던 가방 외에도 그간 데이트를 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했다 보니 한도 초과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제야 100일간 너무나도 많은 돈을 사용했다는 것을 깨달은 P님은 여자친구에게 당분간은 아껴야 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너무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였을까?

P님은 사정을 설명하면 당연히 여자친구가 이해를 해주고, 여자친구가 데이트 비용을 더 지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을 이해한다던 여자친구는 막상 데이트 비용을 결제할 때가 되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당연히 P님이 결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화장실을 가거나 먼저 밖으로 나가있었다. 상황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비용은 여전히 P님이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서운함을 느낀 P님은 서운함을 표현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서운함은 쌓여갔고, 데이트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며 둘의 데이트 빈도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를 대하는 P님의 태도는 이전과 달랐고,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로 P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아 보였다. 간이 지나 둘은 결국 헤어지게 되었는데 P님은 이 연애에서 자신은 잘해줬을 뿐 아무 잘못 없고, 오로지 상대방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믿며 자신이 여자친구의 지갑이었다며 상대를 비난했다.


 서툴렀을 뿐이다.

겉으로 봤을 땐, P님의 사정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P님이 데이트 비용을 결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자친구의 잘못으로 인해 관계가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난 것은 데이트 비용 문제가 아닌 데이트 빈도가 줄어들고, 서로에게 소원해졌던 것에 있다. 다시 말해 데이트 비용에 관한 트러블은 발단이 됐을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는 두 사람이 데이트 비용 문제로 트러블이 생기고, 서로에게 소원해진 것은 P님에게도 잘못이 있고 여자친구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모두 서툴렀던 것인데 P님의 경우엔 연인으로서의 관계가 더 견고해지고 서로에 대해 확실히 알기도 전에 자신이 비용을 내는 것이 당연한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여자친구가 비용을 내려하면 내지 못하게 하고 정성이나 마음이 담긴 선물보다는 점점 더 값비싼 선물을 하며 상대방이 기대를 하게끔 만들었다. 이는 상대방이 처음부터 속물이거나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P님에게도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자친구의 경우엔 P님의 상황을 듣고도 이전과 똑같은 데이트를 하며 P님의 상황을 배려해주지 않았는데 이는 지금까지 해왔던 P님이 모든 비용을 결제하는 데이트에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P님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은 여자친구의 잘못도 있었던 것이다. 둘 모두 이런 상황에 서툴렀다 보니 어쩌면 대화로도 쉽게 해결될 수 있었던 상황도 서운함을 느끼고, 서로에게 소원해지는 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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