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와의 첫 만남

시운전 수행 계획

by 시아파파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발주처에서 가장 관심 있어하는 부분은 Commissioning Execution Plan (시운전 수행 계획)이다. 시운전 팀이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공장이 돌아갈 때까지의 계획을 발주처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Performance test (성능 검사)까지 계약자 의무 사항이었기 때문에 발주처가 관심 있어하는 것은 당연했다.


먼저 시운전 수행 계획서에 어떤 것들을 넣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시운전과 관련된 계약서 내용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전에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의 시운전 수행 계획서도 살펴보고, 파트너 사에게도 참조할 만한 자료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같이 여러 프로젝트의 수행 계획서를 확인하고 꼭 필요한 사항들만 추려 최종 목차를 정하였다. 계약서에 적힌 기간별 업무 범위, 시운전 수행 전략, 조직도, 인력계획, CMS설명, System definition, 스케줄 그리고 *Start up sequence까지. 각 항목별로 대부분 한 장안에 중요한 내용을 포함해야 해서 정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특히 계약서에 적힌 기간별 업무 범위는 가장 기본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한 부분이라도 어긋나면 프로젝트의 진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Construction, Pre-commissioning, Commissioning, Start up, Operation 그리고 Performance test 기간에 행해지는 작업들이 정확히 어느 부분에 속해 있는지 다시 한번 발주처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럼 각 단계에 대해 알아보자.


Construction은 건설 단계로 설비를 실제로 설치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설비의 설계에 따라 토목부터 시작하여 건물, 구조물, 파이프 라인 등이 건설되고 기계, 계장과 같은 설비 구성 요소가 설치된다.


Pre-commissioning은 사전 시운전을 의미하며 설비를 운영 상태로 전환하기 전에 수행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설비의 기본적인 점검과 테스트 작업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파이프 용접한 부분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수압 테스트, 모터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모터 테스트, 계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체크하는 계기 테스트 그리고 파이프 라인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작업 등이 이루어진다.


Commissioning은 시운전 단계로 설비의 모든 부분이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설비를 동작시켜 모든 구성 요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모터와 결합한 펌프가 유체와 함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계기에 신호를 주었을 때 정확하게 반응하는지, 파이프와 기계들의 연결 부분에 세는 부분이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Start up은 가동 단계로 설비를 상용 운영 상태로 전환하는 단계이다. Commissioning 단계에서 발견된 문제를 수정하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조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설비의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운영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될 때, 설비를 상업적으로 가동시킨다. 특히 이 시기는 처음으로 *hydrocarbon (탄화수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Operation 단계는 운영 단계로 설비가 가동된 후 해당 시설을 실제로 운영하는 단계를 말한다. 처음으로 원료를 주입하여 생산품이 나오는 단계로 모든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때는 최소한의 원료를 투입하여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제품 사양이 계약서 조건과 맞게 나오는지 확인하고, 공장의 가동률을 점점 높여 100%까지 만드는 단계이다. 실제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Performance test는 성능 시험 단계로 설비가 설계된 성능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제품 사양을 맞춘 상태에서 가동률 100%를 72시간 동안 유지해야 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계약자의 모든 의무가 마무리되고 발주처에게 공장을 넘겨주게 된다.

프로젝트 현장 수행 단계

이렇게 각 단계별로 정해진 작업들이 있는데 가끔 발주처에서 특정 업무를 먼저 끝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Commissioning 기간에 해야 할 업무인데 Pre-commissioning 기간에 끝내달라고 하는 경우, 펌프 작동 테스트를 Pre-commissioning 기간에 끝내달라고 하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에는 발주처에게 Pre-commissioning 기간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Commissioning 기간의 작업으로 남겨놔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계약서에 적힌 기간별 업무 범위 확인은 다시 한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렇게 Commissioning Execution Plan를 작성하고 있는 도중에 발주처와의 미팅 날짜가 확정되었다. 미팅 장소는 바로 우리 회사였고 발주처가 며칠 후 한국에 도착한다고 했다. 듣기로는 발주처가 한국에 오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발주처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나라인 것 같았다.


드디어 미팅 날짜가 다가왔고 우리 쪽에서 발표를 맡게 되었다. 열심히 발표를 준비했고 나름 발주처에게 멋진 첫인상을 남겨주고 싶었다. 발표는 우리 쪽 매니저님이 진행하였는데 시작부터 뭔가 이상했다. 자신감 있게 발표를 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이 공정들에 대한 시운전 경험이 없다고 이야기하신 거였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놀랬고 우리는 발주처의 표정을 확인하느라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역시나 발주처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미팅 분위기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부분을 쓰면서 많이 고민을 했다. 꼭 써야 할까 아니면 성공한 이야기로 바꿀까.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을 적고 이 사건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있는 그대로 적었다. 이 일로 매니저 분은 다른 프로젝트로 옮기셨고 또다시 혼자 남게 되었다. 하지만 얻은 것이 더 많았다. 나중에 매니저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엔지니어로서도 어떻게 발주처를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세상에 모든 일을 다 겪어본 사람은 없다. 플랜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다양한 공정들이 존재하는 플랜트에서 모든 공정들을 시운전해본 사람은 없다. 특히 건설회사에서의 시운전 엔지니어는 매번 새로운 공정들을 맞이하게 된다. 이 공정들을 공부하고 경험했던 일들을 접목시키면 새로운 공정들도 자신감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자심감은 일을 하는데 정말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공장을 맡아서 지어야 할 사람이 자신감 없이 일을 진행한다면 어느 누가 믿고 맡기겠는가. 아마 아무도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발주처와의 첫 만남. 설렘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만나니 편안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할 사람은 우리였는데 도리어 잘해보자고 하는 쪽은 발주처였다.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이번 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 발주처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신뢰를 회복하는 게 제일 큰 문제였다.


* Startup sequence (가동 순서): 공장을 어떻게 돌려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표이다. 각 공정을 순차적으로 배치해 이 공정을 살리려면 어떤 공정이 먼저 살아야 하고 이 공정 다음에는 어떤 공정이 돌아갈 수 있는지 표시해 놓는 것이다. 이 표는 모든 공정들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장 운전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리고 각 공정에 필요한 Utility (물, 전기, 스팀, 에어 등 공장이 돌아가는데 필요한 공급 시스템)까지 표시하게 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hydrocarbon (탄화수소): 수소와 탄소 원자로 구성된 화합물인 수소탄화물은 식물과 화석 연료에서 발견되며, 에너지와 물질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일부 탄화수소물은 불안정하며 불꽃, 폭발 및 화재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적절한 다루기와 저장이 필요하며, 환경 및 안전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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