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장을 가다

국내 출장

by 시아파파

시운전 팀은 출장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설계팀처럼 기계 제작 업체를 만나는 일도, 구매팀처럼 판매 업체를 만나는 일도, 공사팀처럼 하청업체를 만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시운전은 선행 부서에서 해놓은 일을 가지고 마무리를 짓는 일이기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출장은 아주 특별한 이벤트다. 이 행운이 나에게 온 것이었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발주처와 함께 프로젝트 이슈 사항을 우리나라에 있는 정유 공장을 둘러보며 실제로 어떻게 해결했고 결과는 어떠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슈 사항은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반응기 안에 설치되어 있는 내화벽돌을 건조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Dry out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Commissioning 기간에 진행하는 작업으로 내화벽돌 안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과 화학 물질을 날려 보내는 것이다. 만약 수분과 화학 물질을 날려 보내지 않고 공장을 돌리게 되면 뜨거운 온도에 수분과 화학물질이 갑자기 팽창하여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면서) 내화벽돌을 부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Dry out 기간에는 아주 천천히 온도를 올리면서 내화벽돌을 건조시킨다. 하지만 대부분 내화벽돌이 설치되어 있는 기계장치에는 버너라는 불을 붙일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반응기는 없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Dry out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정유 공장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반응기와 똑같은 종류가 Dry out을 끝내고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노하우를 전수 받고자 이번 출장이 진행된 것이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기계장치로 발주처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여수에 있는 정유공장이었다. 신입사원 연수 때 밖에서만 지켜봤던 그곳을 드디어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었다. 국내 공장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기대도 그만큼 컸다. 때마침 *Turn around 기간이어서 기계 내부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가 관심 있어 하는 반응기의 내부도 살펴보고 내화벽돌의 문제점이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고, 직접 공장을 운전하시는 운전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이 반응기 뿐 아니라 공정 전반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각 기계들의 기능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처음 접하는 공정이라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많은 부분에서 답을 얻어 갈 수 있었다.


한 달 후 또 다른 공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번엔 대산에 있는 정유공장. 이곳에서는 반응기의 Dry out을 진행했던 업체와의 미팅이 준비되어 있었다. 업체의 설명을 통해 어떻게 Dry out을 진행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위험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많은 궁금증들이 해결되었다. 직접 작업을 진행하는 업체에서 설명을 해주다 보니 같이 참석한 발주처도 믿음이 가는 것 같았다. 특히 국내에서의 실적이 많고 수행한 공장들이 현재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의심을 할 수가 없었다.


발주처가 관심 있어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 점. 실제 작업이 이루어졌던 공장 방문을 준비하고 작업을 수행했던 업체와의 미팅까지 진행했으니 발주처도 이 작업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우리도 계획했던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정유공장은 다른 나라에서도 부러워할 만큼 운전 잘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작업 방법에 대해 발주처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발주처와의 신뢰와 믿음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두 번의 출장을 통해 발주처는 우리에 대해 더 큰 믿음을 가질 수 있었고 우리도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본사에 있으면서 출장을 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고, 실제 운전 중인 공장도 방문 할 수 있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기에 더욱더 뜻깊은 출장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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