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맡게 되고 나서 주변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골프 배우라는 말이었다. 이때까지는 골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돈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스포츠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해외 현장에 갔다 오신 분들 중에 골프를 안치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주말에 쉴 때 특별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골프를 치는 분들이 많았던 것이었다. 특히 동남아 현장으로 가면 골프 비용도 한국에서 치는 것보다 저렴하고, 편하게 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했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어디인가. 태국 아닌가. 골프를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골프치는 사람들은 태국으로 골프 여행을 가는데 나는 태국에서 일하면서 주말에 골프를 칠 수 있으니. 이것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태국 현장에 파견 가는 날짜가 어느 정도 잡혔을 무렵, 아내에게 같이 골프를 배우자고 했다. 태국으로 같이 나갈 것이니 골프도 같이 배우자고. 그리고 태국에 가서 같이 필드에 나가자고. 얼마나 멋진 일인가.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골프를 배우고 사랑하는 아내와 같이 푸른 잔디밭을 거닐며 골프를 치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3개월 동안 아내와 정말 열심히 골프 레슨을 받고 연습을 했다. 회사 일을 끝내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내와 함께 연습장으로 향했다. 아내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그것이 골프라서 더 행복했다. 그리고 골프는 늙어서도 칠 수 있으니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도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나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중간중간 몸도 아프고 잘 안될 때는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곳에 공을 보낼 수 있는 날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내도 새로운 운동에 재미가 있었는지 나보다 더 열심히 했다. 집에서도 몸을 움직이고 티비로 골프 경기를 보고. 특히 장인어른께서 구해주신 골프채가 생겼을 때는 더 열심히 했다. 역시나 본인의 것이 생기니 더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해외 현장을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고, 일의 강도도 한국에서 근무할 때보다 훨씬 강하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 태국이라는 현장에 아내와 함께 갈 수 있었고 바쁘지 않았을 때는 아내와 같이 골프도 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힘든 해외 현장 생활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큰 힘이었다. 특히 골프는 새로운 운동에 대한 나의 눈을 뜨게 만들어 주었고, 아내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어 주었다. 또한 힘든 일로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비타민 같은 역할도 해주었다.
아마 해외 현장에서 일해 보신 분들 중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라마다 틀리지만 골프 칠 수 있는 나라로의 파견은 또 다른 기회라는 것을. 특히 골프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닌 3명에서 4명이 같이 하는 스포츠라 중간중간 이야기 할 기회도 많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과 골프를 치면서 친해지는 경우도 많다. 또 팀빌딩이라는 명목하에 단체로 골프를 치러 갈 때도 있고, 가끔 윗분들과 같은 팀이 되어 칠 때도 있다. 윗분들과 칠 때는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일 뿐만이 아니라 골프를 통해 친해지면 같이 일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만약에 해외 현장으로 파견을 가게 된다면 꼭 골프를 배우라고 추천 드리고 싶다. 저처럼 아내와 함께 현장에 나가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만약에 같이 가게 된다면 더욱더 같이 골프를 배웠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골프를 배우고 필드에 나가기는 정말 힘들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대부분 4명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해외는 비용도 한국보다 저렴하고 꼭 4명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각 팀 간의 시간 간격도 길고 마음 편히 칠 수 있다. 한국보다 골프 칠 수 있는 환경이 훨씬 좋다. 특히 동남아 프로젝트는 가히 필수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좋은 기회를 많은 사람들이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