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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 Aug 23. 2023

절대로 너를 K장녀로 만들지 않을게

동생의 존재가 너에게 선물로 다가갈 수 있게 하고 싶다.

도아야, 네가 21개월이 되었을 때 엄마는 예상치도 못한 너의 동생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너무 예기치 못한 일이어서 놀랐지만 그래도 너에게 동생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말로 파워 E인, 누가 봐도 외향적인 너는 어디에 가도 친구들이나 언니, 오빠들 사이에 껴서 놀고 싶어 했으니까. 평생 너의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은 너에게도 참으로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철저한 계획 하에 제 때 찾아와 준 너와 달리, 아무 생각도 없을 때 찾아와 준 동생의 존재는 나와 너에게 아직까지는 조금 벅찬 존재였다. 아기 천사가 와준 것은 너무 기적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준비 없이 맞이한 임신 기간은 내게 참 체력적으로 힘든 기간이었다. 도아야, 엄마는 임신으로 몸이 힘들어지면서 너를 케어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과 체력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매일 퇴근하고 나면 너와 떨어져 있던 시간이 아쉬워 어디든 산책을 가고 외출을 갔었다. 하지만 입덧을 시작하고 체력이 정말 뚝뚝 떨어지면서 그저 집에서 누워만 있고 싶은 날들이 많아졌고, 그 시간 동안 너는 방치되기 시작했다. 심심해서 나가서 놀자는 너의 말에 나는 엄마 힘들어~ 동생이 눕고 싶대~ 하며 너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었다.


어느 날은 너에게 도아야 동생이 쉬고 싶대~라고 말하고 누워있었는데, 너는 그런 내 옆에서 실망한 표정조차 없이 엄마~ 하며 내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고 베이비 보고 싶어~ 동생 안아주고 싶어~ 라며 내 옷을 들어 올려 배에도 뽀뽀를 해주고 배를 꼭 안아주었다.


도아야, 그때 엄마는 너의 정말 이쁘고 투명할 정도로 순수한 마음에 너무 감동했고 동시에 너무 창피했다. 너는 이렇게 사랑으로 가득한 어리고 어린 아기인데, 나는 벌써 너에게 장녀라는 무게를 지게 하려고 했구나 하고 깨달았다. 도아야, 한국에서 장녀가 과도한 책임감과 더 넘어서는 부채감까지 진 현상을 일컬어 K장녀라고 한다. 어쩌면 엄마는 벌써 너에게 그런 분위기를 형성한 것은 아닌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 이것을 깨달아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앞으로 너에게 동생이 이래 저래하니~ 너의 감정을 뒤로하라는 말은 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너는 너의 감정이 있다. 물론 동생과 함께 서로 배려하고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아이가 속 깊은 아이가 되길 바라지만, 언니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양보와 책임을 배우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K장녀라는 분위기 속에 휩쓸리지 않게, 너에게 장녀라는 것이 오롯하게 너의 장점이 될 수 있게 너와 동생이 서로에게 선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엄마가 꼭 중심을 잡으려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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