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수 없는 날
도아야, 엄마는 너의 동생을 임신한 이후로 매일매일을 예민한 상태로 보내고 있다. 이것이 호르몬 때문인지 그저 나의 못된 성격 때문인지 원인은 모르겠으나 감정기복이 엄청나게 변하는 것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나의 이런 변화들로 인해 가장 피해받는 것은 정말 슬프고 안타깝게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아 너인 것 같다. 출산이 임박해져 올수록 마음이 참으로 조급해지고 그 마음은 곧이곧대로 너에게 전달된다.
나는 너에게 출산하기 전에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고, 뭐라도 더 해봐야 할 것 같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동생이 나오면 너에게 이만큼 집중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 그리고 동생이 나오기 전에 너에게 좋은 환경을 미리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감이 나를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생각과 계획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컨디션과 시간, 그리고 변화무쌍한 너의 바이오리듬은 나를 짜증 나게 하고 그것은 너에게 화를 내는 상황으로 이어지고야 만다.
하루는 이런 날이 있었다. 키즈카페를 대관하여 친구의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고,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지는 않지만 친구들을 너무 좋아하는 너였기에 나는 퇴근하자마자 너를 이쁘게 입혀서 어서 데리고 가고 싶었다. 풀 근무하고 온 터라 힘든데 거기에 준비하는데만 또 1시간이 걸리면서 몸이 무거운 나는 너무 힘들었고 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곧 지각하기 일보직전이 되면서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이제 마지막 외투만 입으면 되는데 너는 어쩐지 입혀주는 외투마다 싫다고 집어던지며 울기 시작했다. "이 옷은 싫어! 이 옷도 싫어!"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몇 분을 너와 다투던 나는 이성의 끈이 끊어졌고, 이윽고 바닥에 옷을 던지며 너에게 소리를 질렀다. "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대체 뭘 어쩌라는 건데! 밖에는 추워! 입지 말고 나갈 거야?! 감기에 걸리겠다는 거야 뭐야?!"라고 하면서.. 너도 당연히 오열하며 뒤집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너는 되려 차분해지며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엄마, 손 안 보이는 옷이 싫어요. 큰 잠바는 손이 안 보여요. 손이 보이는 잠바 주세요."라고 말을 했다. 나보다 한참은 더 이성적이었다. 너의 차분한 말투와 날 똑바로 직시하는 눈은 나갔던 나의 정신을 돌아오게 했고, 참으로 창피하고 너무나도 미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너를 위해 외출하는 건데 , 너를 위해 준비한 하루인데, 내가 너에게 이렇게 화를 내고 네가 이 때문에 속상하다면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 분명했다. 나를 직시하는 너의 눈망울이 내게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사실 함께하는 시간인 거 뻔히 알면서도, 아직도 출근은 하고 있기에 자꾸 퇴근 후 저녁시간을 빠듯하게 보내게 된다. 사실 집에서 둘이 붙어서 꽁냥 대며 책만 읽어도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너이기도 한데 나는 자꾸만 혼자 바쁘게 무언가를 계획하고 무언가를 해주려고 한다. 퇴근 후에 너와 나가서 활동을 하는 날에 너는 어쩔 땐 즐거워하고, 어쩔 땐 짜증을 낸다. 그런 너를 보며 나도 참 아직 엄마가 되기엔 그릇이 작구나를 느낀다. 아직도 그 정도를 모르겠는 나는 올바르고 행복한 육아의 길을 가기엔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은 엄마구나 싶다.
뿌리는 사랑하는 마음일진대 이 마음을 어떻게 하면 이쁘게 싹 틔워 너에게 선물할 수 있는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적어도 너를 위하고자 하는 일에서 나 혼자만의 조급함으로 너에게 화를 내는 일은 없도록 나는 노력할 것이다. 도아야, 나는 동생의 탄생이 너에게 정말 오로지 축복으로만 남기를 바란다. 마치 둘째를 출산하고 나면 너와의 시간이 없어져버릴 것만 같은 나의 이 노파심이 노파심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런 나의 마음이 사랑에서 비롯한 것임을 네가 꼭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