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한 달 만에 복직해야만 했다. 너는 매일 아침 웃어주었다.
도아야, 너는 3.8kg으로 우량아로 태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기에 너는 너무도 작았다. 안아 올리다가 머리가 흔들리진 않을까, 혹시 잘못 건드려 어디가 뼈가 부러지진 않을까 매번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정말 말 그대로 바람 불면 날아갈까 걱정이 되는 나날들을 보냈다.
나는 너를 낳고 한 달 뒤 복직하기로 결정이 되어있었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너와 내가 하루 종일 붙어서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서로만 바라볼 수 있던 시간은 고작 한 달이었다. 한 달 동안 잠을 3시간 이상 자본 날이 없었고, 2시간 이상 앉아있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행복했다. 회사에 간다고 너를 못 보는 것은 아닌데도 마치 나는 시한부 엄마가 된 것처럼 굴었다.
한 달 동안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던 모유 수유를 하겠다고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너에게 모유를 먹이고, 수유가 끝나고 네가 코- 잠든 시간에도 너를 내려놓지 못하고 안고서 앉은 상태로 잠을 자곤 했다. 바라만 봐도 벅차오르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행복했다.
처음 출근 하던 날, 너는 한 달 된 애기 답지 않게 7시간 통잠을 자줬고, 딱 알맞은 6시에 일어났다. 한 차례 모유 수유를 하고 다시 잠든 너를 유모차에 눕혀 화장대 옆에 두고 화장을 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면 어스름한 아침 거실에 둔 유모차에서 자는 너를 바라보며 나는 조리사님을 기다렸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이상하게도 평화로움을 느꼈다. 매일이 오늘 같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가 100일이 될 때까지 나는 오전 출근만 하고 퇴근했는데 그 기간 동안 참 아이러니하게도 몹시 편하면서도 동시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하다가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스트레칭도 한 번씩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참 편했다. 문제는 몸은 분명 너무 편했는데 마음은 아니었다. 마치 가스 불이라도 킨 상태로 집을 나선 사람처럼 계속 집에 빨리 가야 할 것 만 같은 조급함이 계속 들었고, 아이를 버리고 온 유기범이 된 것처럼 죄책감이 들었다. 그 와중에 일에는 집중이 정말 잘 되었다. 조급함과 죄책감을 등에 업은 나는 단 1분이라도 딴짓을 하면 죄를 짓는 것 같아서 일에 최대한 집중을 하며 효율을 높였다. 아마 이 시기가 내게는 가장 일을 잘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출근을 시작하고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출근 전 화장을 하고 너와 셀카를 찍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나의 인스타그램에는 하이라이트로 *출근 전 도아랑* 이 남아있다. 알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 너는 화장을 마친 나와 사진을 찍을 때 꼭 씨익 웃어주었고 그게 너무 좋았다. 너를 낳고 나는 출근 준비가 참 좋았고, 퇴근이 더욱 기다려졌다. 비록 조급함과 죄책감에 마음은 점차 가라앉았지만, 너와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은 짧건 길건 참 소중했고 기뻤으며 행복으로 가득 찼다.
사실 지금도 너를 두고 출근하는 건 내게 죄책감이고 미안함이지만, 그럼에도 너와 행복한 시간은 하루 중 어딘가에라도 있으며, 내가 노력하는 한 너와의 관계는 절대 얕아지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아야, 나는 일을 하는 시간에도 너와 있는 시간에도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것이 너와 나의 관계에 좋고 나쁜 영향이 아닌, 그저 우리의 모양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 모양 안에서 너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