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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 Apr 28. 2023

아프지 마라, 내 아가.

그 어떤 노력에도 아이가 아픈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도아야, 코로나 시대라고 불리는 2020년 너는 내 뱃속에 있었고, 여전히 코로나 시대였던 2021년에 너는 태어났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바이러스를 피하지 못하고 태어난 지 200일도 채 되기 전인 171일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덜컥 감염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너와 나는 함께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한 첫 사투를 시작했다.


도아야, 나는 너를 건강하게 키워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너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다 했다고 자부한다. 일하면서도 모유수유를 계속 이어간 것도, 100일 이전엔 외출을 절대 안 했던 것도 그리고 두 돌이 다 되어 갈 때까지 무염식을 고집한 것도 모두 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는 결국 아팠다. 내가 한 모든 노력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허무했다. 조심에 조심을 더했고, 노력에 노력을 더했으나 정말 허무하게도 집 안에서 너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역시나 코로나였다.


네가 코로나에 감염되고 치료하던 나날들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너의 뜨거운 체온에 나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초저녁에 오르기 시작한 열은 새벽 내내 39도~40도까지 올랐고, 너는 힘들어 오열하다가 축 처지다가를 반복했다. 도아야, 엄마와 아빠는 정말로 단 한숨도 자지 않고 뜬 눈으로 너를 보았다. 119 응급센터에 전화했지만, 코로나로 온 나라가 난리였던 때라 그 어떤 응급실도 너를 받아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생명이, 내 아이인 네가 있을 곳은 오로지 우리의 품뿐이었다. 밤새 손수건을 뜨거운 물에 적셔 온몸을 닦아보고, 우는 너를 안고 달래 보았지만 너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못 자도 괜찮았지만, 하루에 절반 이상을 자던 네가 밤새 2시간도 채 자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두렵게 했다. 그렇게 아침이 왔고, 바로 병원으로 뛰어갔다. 당연히 입원이었다.


입원을 하고 작디작은 손에 링거까지 꽂해열 주사를 맞았는데도 너는 그다음 날 새벽에도 내내 힘들어했다. 링거를 맞고 있는 손이 너무 아픈지 계속 반대편 손으로 그 손을 쥐어잡거나 혹은 자기 얼굴을 마구 때리거나 아니면 손으로 바닥을 쳐대거나 세차게 흔들어 댔다.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쉴 대로 쉰 쇳소리로 우는 너를 보며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나는 그것이 네가 너무 울어서 쉰 건지, 호흡기 문제인지도 분간할 수 없는 나의 무지함에 가슴을 쳤다. 며칠이 지나도, 너는 여전히 차도가 없었다. 해열 주사를 맞으면 열이 떨어졌으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열이 오르기를 반복했다.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울지도 못하는 너를 보며 나도 또한 힘들어도 절대 울 수는 없었다. 목이 아프니 약을 먹을 때도 전쟁이었다. 너는 거부했고, 나는 강제로 먹이기를 반복했다.


그런 과정이 너는 많이 힘들 텐데도 억지로 약을 먹고 나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내가 동요를 불러주면 빵긋 웃어주곤 했다. 그 순간만큼은 네가 나를 돌본 것이 아닐 수 없다. 너 때문에 내가 버틸 수 있었다.


내내 우는 너의 옆에서 간호 같지 않은 간호를 하다가 지쳐 함께 잠들었던 어느 새벽, 너는 작디작은 손으로 내 볼을 쿡쿡 찔렀다. 눈을 떠보니 엎드린 상태로 너는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도아야, 엄마는 또 한 번 너로 인해 내가 죽고 살겠구나를 깨달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너의 입장에선 내가 너를 괴롭히는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괴로운 곳에 데려온 것도 나고, 억지로 약을 먹이는 것도 나인데 어째서 너는 잠시 괜찮아진 순간순간마다 나를 향해 그렇게 환하게 웃어주며 사랑한다고 온몸으로 말할 수 있었을까.


도아야, 너는 이 무시무시했던 코로나가 다 나은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아팠다. 호흡기 쪽이 원래 약한 것인지 이 환경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계속해서 무언가에 걸리고, 혹은 이유 없이 기침을 했다. 입원도 몇 번을 더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무섭지는 않다. 네가 잘 이겨내주는 모습을 보았으므로.


앞으로 너의 생에 수많은 아픔들이 있겠지. 도아야, 네가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보여준 생명력은 정말 놀라웠다. 그렇게 버텨내고 이겨냈던 힘을 네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거기에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노력으로 너를 건강하게 해주려 한다. 너의 평생의 건강과 튼튼한 삶을 위해 엄마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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