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려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할까?
1.
당연하지만, 영어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다.
2.
연습하면 늘긴 는다. 영어로 디자인 공부 하고, 내 디자인 결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연습하면 된다. 인터뷰도 연습하니 되더라.
3.
영어와는 별개로 업무 문화와 화법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있으니, 이 부분도 따로 연습해야 한다.
미국에서 UX 디자인 분야로 커리어를 전향할지 고민할 때 걱정되었던 부분 중 하나는 영어였다. 사실 미국 오기 전 캐나다랑 뉴질랜드에서도 1년씩 살아봤지만, 찐 100% 영어로만 오피스에서 일해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UX 디자이너의 스트레스 중 하나로 발표와 디자인 방어를 밥먹듯이 해야 하는 환경이 항상 언급되곤 해서 더 걱정이었다.
실제로 UX 디자인 부트캠프를 수강하는 동안과 전후로 영어 덕에 시간이 더 들긴 했다. 근데 하다 보니 되긴 하더라. 사실 영어로만 디자인 공부를 해서, 한국말로 디자인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영어가 발목 잡는 순간도 물론 종종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와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시는 분들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다들 "말귀 알아듣고, 대화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뭐 프레젠테이션은 잘해야 하지만 연습하면 되니까."라고 조언해 주셨다.
사실 이 조언도 어느 정도란 건지 감이 딱 잡히는 조언은 아니라서, 이게 어느 정도란 건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 몇 가지와, 영어 컴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한 나의 전략? 에 대해 적어본다.
개인적으로 영어로 학업을 하기에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면 영어가 크게 발목 잡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생각한다.
토플: 대학원 석사의 경우, 최소로 요구하는 점수가 대략 80-110점
거의 모든 미국 대학원이 토플 점수를 필수로 요구한다.
참고로 나는 미국에서 학교를 안 가서 토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100점 넘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수준일 듯?
내가 수강한 부트캠프: CEFR 레벨 C1 이상 (무료 테스트 가능)
나의 경우, 부트캠프 등록 직전 영어 수준은 B2 - C1 사이였다. 부트캠프는 딱히 어학 성적표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무료 테스트가 가능하니 한번 시험 삼아 테스트하는 것도 좋을 듯.
인터뷰, 포트폴리오, 레주메
영어로 구직이 가능해야 일도 할 수 있다. 포폴이랑 레주메는 뭐 챗지피티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한데, 인터뷰는 즉석으로 말해야 하는 거라 영어 수준이 티가 난다. 문제는 인터뷰가 더럽게 빡새다 이 나라. 인터뷰 차수만 4-6번이 보통이다. (3번만 하면 땡큐다 정말.)
리서치
영어로 된 NN/g 아티클을 문제없이 읽을 수 있나? 영어로 유저 인터뷰랑 테스팅이 가능한가? 영어로 경쟁사 조사가 가능한가? 이 모든 걸 말로 다시 설명하거나 요약할 수 있나? 등
프레젠테이션
의외로 난이도가 가장 낮은 파트다. 프레젠테이션은 그래도 내가 열심히 일한 프로젝트에 대해 말할 터이니 머릿속에 대비는 어느 정도 되어 있고, 프레젠테이션 전에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으니까.
디자인 방어
의외로 네이티브들도 어려워하는 부분. 디자인하는 시간보다 디자인 발표하고 대변하는 시간이 더 많이 든다고 농담 반 진담 반 하는 만큼, 왜 이런 디자인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고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영어로.
미팅과 콜라보레이션
디자이너 혼자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클라이언트, PM, 이해관계자, 개발자의 말을 알아듣고, 할 말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가?
몇 디자이너와 PM, 엔지니어, 클라이언트와 같이 일해보고, 구직활동과 네트워킹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만나본 결과, 삐까뻔쩍한 고오급 비즈니스 영어 수준이 요구되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쉽고 간단명료한 대화를 선호하는 분위기. 이메일이나 슬랙 메시지도 간단하게 용건만 쉽게 오가는 수준이다. 한국 업무용 이메일처럼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진 않다
다만, 줄임말이나 테크 업무용어? 는 처음에 낯설 수 있는데, 이건 네이티브들도 처음에 많이 낯설어하는 수준이다.
고급 어휘보다 사실 좀 더 허들이 높은 부분은 영어로 프로페셔널하게 대화하는 방법?이다. 이건 좀 영어 수준이라기보단 업무 문화 차이에 더 가깝다. 왜냐면 한국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간단명료하고 직설적인 업무 화법이 미국에서는"무례하다" 또는 "프로페셔널하지 않다"라고 받아들여지곤 하기 때문이다. 이게 어떤 늑힘인지 설명이 잘 안 되는데... 인스타 @advicewitherin에 업무와 인터뷰에서 프로페셔널하게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예시와 팁을 잘 보여줬으니 한번 봐 보는 걸 추천.
또 카피라이팅 할 때 네이티브가 아니라서 한계를 맞닥뜨리는 상황이 종종 있긴 하다. 그런데 보통 이 부분은 팀에 컨텐츠 라이터가 있거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의논하는게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어에는 왕도가 없지만, 영어 향상에 도움이 되었던 방법에 대해 몇가지 소개를 하자면
1. 부트캠프 수강 전, 원서로 디자인 필독도서 읽기
2. 영어로 공부하다 내용 이해가 힘들 땐, 한국말로 먼저 찾아보고 이해한 다음 다시 영어 원문 읽기
3. 부트캠프에서 제공해준 정기 그룹 디자인 비평 모임과 1:1 멘토와의 화상 미팅
4. 온라인으로 만난 부트캠프 동기들과 스터디
5. ADPList 에서 여러 멘토와 커피챗하기
6. 인터뷰 무한 연습
7. 포트폴리오, 레주메, 네트워킹 메시지 하나하나 챗 지티피에 한번씩 돌리고 검토한 다음, 내 것으로 만들기
이 부분은 다음 번에 더 자세하게 얘기해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