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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아 Aug 06. 2023

세 자매의 명절 문화 개선 투쟁기(8)

아동가족학 전공생의 글쓰기_2022 서울대학교 인권·성평등 에세이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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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이 지났다. 추석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때이자 내가 본가에서 다시 기숙사로 오기 전에 자연스럽게 명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나 대화의 시작에는 아빠가 없었다. 나는 여전히 명절에 엄마는 아빠 집안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요리와 뒤처리의 주도자가 되고 아빠는 엄마가 해야 할 일을 아주 조금 ‘돕는’ 문화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엄마는 부엌에서 일만 하고 아빠는 가족들과 앉아 엄마가 끼지 못하는 대화를 나누는 풍경을 가장 바꾸고 싶었다. 엄마와 언니, 동생과 나눈 이야기는 1년 전과 달랐다. 엄마에게 늘어놓는 불평불만은 무의미함을 깨닫고 우리 집의 명절 문화를 바꿀 실질적인 방법을 논의했다. 내가 말했다. 


“불평만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보자. 다 같이 돌아가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건 어때? 우리가 진행자가 되는 거야.”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윷놀이 같은 게임을 시키는 게 나아.” 


어른들이 대화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른 활동을 떠올린 엄마였다. 


“그럼 다 데리고 운동장에 가자.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거야. 오, 배드민턴을 팀전으로 해서 설거지 내기를 해보는 건 어때?” 


언니의 의견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 의견에 동의했다. 이 정도로 대화를 마치고, 나는 서울에 왔고 곧 다가올 추석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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